[Culture]“선배들이 달달볶으며 키워줄게… 넌 소를 키워라”

동아일보 입력 2010-09-03 03:00수정 2010-09-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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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개그콘서트 ‘두분토론’ 김영희 - 박영진
‘개콘‘에선 겁없이 ’남존여비’를 주장하는 시대착오적인 남자 박영진(오른쪽). 알고 보니 녹화가 끝나면 김영희를 꼬박꼬박 집까지 바래다 주는 ‘매너남’이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여자친구에게 이벤트 안 해 줍니다. 버릇 나빠집니다. 커플링, 놀이공원 절대 없습니다. 그런 건 결혼 후에.” (박영진)

“제 미모 순위요? 개그콘서트 개그우먼 상위 5위 내…? 저더러 ‘여자 김영철’이라고 하는데 아니죠. 웃기려고 일부러 망가진 겁니다.” (김영희)

일상생활에서 남녀간의 시각차를 알아보는 KBS2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두 분 토론’의 출연진을 만났다. ‘두 분 토론’은 사회자 김기열(29)의 진행 하에 남존여비를 외치는 남하당(남자는 하늘) 대표 박영진(29)과 급진 페미니스트 여당당(여성이 당당해야 한다) 대표 김영희(27)가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로 설전을 벌이는 코너다.

방송에서처럼 두 주인공의 생각도 간극이 컸다. 사귄 지 1800여일 된 여자친구에게 한번도 이벤트를 해준 적이 없다는 선배 박영진의 말에 김영희는 “그런 게 어딨냐”며 어이없어 했다. 김영희가 매긴 본인의 미모 순위에 대해 박영진은 “요즘 오나미가 안나오고 있어요. 나오면 꼴등 박빙인데”라고 가차없이 말했다. 오나미는 ‘솔로천국 커플지옥’에서 남자와 한 번도 말을 섞어 본 적이 없다는 ‘모태솔로’로 유명한 개그우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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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개콘 인기코너 ‘남성인권보장위원회’가 여자들의 속물근성을 들춰냈다면 ‘두 분 토론’은 남자들의 진상 모습을 시원하게 꼬집어낸다. 뿔테 안경에 클래식한 정장을 입은 김영희는 지하철에서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있는 남자, 해변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여자 몸을 훔쳐보는 사람, 찜질방에서 애들을 죄다 아내에게 맡기고 자기 몸만 씻는 남편 등을 가차 없이 비난한다. “이런 찌질한 것들은 아예 출입을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박영진은 심술궂은 표정으로 “어딜 여자가 건방지게, 다들 놀러 가면 소는 누가 키워!”라며 억지를 쓴다. 여자 방청객이 “워∼”라고 아유라도 할라치면 “어딜 남자 개그맨이 개그하는 데 ‘워’하고 있어? 옛날에는 남자 개그맨이 눈만 꿈쩍거려도 빵빵 터졌어!”라고 호통을 친다. 웃음소리는 더 커진다.

코너의 최대 수혜자는 데뷔 5개월된 신인 김영희다. ‘쌀집 아저씨’로 유명한 MBC 김영희 PD를 포털사이트 인물검색 순위에서 이겼다. 가장 기뻐한 이는 어머니 권인숙 씨(51). 특유의 대구식 말투는 어머니의 것을 그대로 따왔다.

박영진은 “영희가 원 톱으로 쭉쭉 나가야 하는데…, 개그를 짜는 데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며 “화장하고 꾸밀 시간에 더 분발하라”며 일침을 놓는다. 김기열은 “저희가 후배를 달달 볶는 스타일”이라며 “그렇게 배운 친구들이 더 잘 나간다”고 말했다.

아직은 재밌다는 반응이 많지만 남녀 편가르기 시각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주부는 시청자 게시판에 “6살 아들이 ‘어디서 여자가 리모컨을 함부로 건드리느냐’며 ‘엄마는 소나 키우라’고 말했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박영진은 “저 사람은 고루한 옛날 사람이구나 하고, 개그를 개그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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