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小人세상 극장밖 체험 ‘감동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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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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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현대미술관, 日인기 애니 ‘마루 밑 아리에티’ 장면 실물로 재현 전시회

프로덕션 디자이너 다네다 요헤이 씨


“시선을 낮추지 않으면 손해.”

일본 도쿄 미타카 지브리 미술관 입구에서 듣게 되는 안내문이다. 20일 지브리 스튜디오 회의실에서 만난 스즈키 도시오 총괄프로듀서(62)는 “지브리는 모든 작품을 어린이 눈높이에서 만들어 왔다”면서 “애니메이션에서 파생한 콘텐츠를 보여주는 전시도 당연히 어린이 시선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웃집 토토로’ ‘천공의 성 라퓨타’ ‘벼랑 위의 포뇨’ 등을 테마로 삼아 만든 지브리 미술관에는 전시품 구석구석과 통로 틈새마다 허리를 굽히고 시선을 낮춰야 찾을 수 있는 앙증맞은 소품들이 감춰져 있다.

19일 오후 찾아간 도쿄현대미술관 ‘마루 밑 아리에티×다네다 요헤이’ 전시회도 마찬가지였다. 프로덕션 디자이너 다네다 요헤이 씨(50)는 이 애니메이션 각본을 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40여 년 전부터 마음속에 간직해온 ‘소인 세상’을 그들의 시선을 상상하며 실물로 빚어냈다. 손목시계 줄을 떼어내 만든 벽시계, 각설탕 한 조각으로 넘칠 듯 수북이 채워진 그릇, 재떨이로 만든 욕조 등을 설치한 방이 차례차례 영화 속 장면 그대로 눈앞에 펼쳐졌다. 다네다 씨는 4월 국내 개봉했던 배두나 주연의 ‘공기인형’ 등 30여 편의 일본 영화에 참여한 세트 디자인 전문가다. 2003년에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할리우드영화 ‘킬 빌’로 미국 미술감독협회로부터 최우수미술상을 받기도 했다. 미야자키 감독이 그려준 소인의 집 도면을 받아들고 작업에 착수한 그는 “설치미술품 전시는 10여 차례 해봤지만 전시용 영화 세트를 만들어보기는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나무 바닥 틈새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에 여느 전시와 다른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인간의 눈에는 미세하게 여겨지는 틈이 소인에게는 천길 낭떠러지일 수 있지 않나. 틈을 넓히되 관람객이 넘어지거나 빠져도 다치지 않도록 표면 처리에 신경을 썼다.”

일본 도쿄현대미술관의 ‘마루 밑 아리에티×다네다 요헤이’ 전시회 입구에 놓인 각설탕 모형은 사람 머리만 하다. 신장 10cm 소인의 삶을 그린 애니메이션 ‘마루 밑 아리에티’ 속 세계를 소인의 시선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제공 GNDHDDTW
일본 도쿄현대미술관의 ‘마루 밑 아리에티×다네다 요헤이’ 전시회 입구에 놓인 각설탕 모형은 사람 머리만 하다. 신장 10cm 소인의 삶을 그린 애니메이션 ‘마루 밑 아리에티’ 속 세계를 소인의 시선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제공 GNDHDDTW
이런 디테일은 작화가 출신으로 이번에 첫 연출 기회를 얻은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37)의 애니메이션 속 묘사와 상응한다. 요네바야시 감독은 벽돌 모서리와 나뭇잎 가장자리를 의도적으로 거칠게 표현해 ‘인간이 모르는 소인들의 일상 속 위험’을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10월 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 기획과 제작에 다네다 씨가 들인 기간은 1년. 그는 “소멸해가는 소인 종족의 사연에 집중한 원작 영국 소설 ‘바로우어스’와 달리 미야자키 감독은 캐릭터 사이의 ‘교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했다”며 “인형의 집 장난감을 통한 인간과 소인의 교류 등 공간을 매개로 전개된 스토리텔링의 묘미를 전시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9월 9일 국내 개봉하는 ‘마루 밑 아리에티’는 일본 개봉 5주째인 22일까지 610만 명의 관객을 모아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다. 시골 별장 마루 밑에 숨어 사는 키 10cm 소인(小人)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빨래집게로 머리를 동여맨 귀여운 소인 소녀 아리에티와 인간 소년 쇼우의 우정과 이별을 뭉클하게 담아냈다.

도쿄=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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