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브레이크 없는 예능폭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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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8일 07시 00분


강은비 유인나 (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강은비 유인나 (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예능마저도 막장?’

최근 방송되고 있는 일부 토크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이다. 방송에서 남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과거를 들춰내 흥밋거리로 전락시키는 것은 이제 너무나도 익숙하다 못해 미간이 찌푸려질 정도다.

강은비는 24일 방송된 KBS 2TV ‘스타골든벨’에 출연해 “(과거에)주연 배우에게 대본으로 맞았다”고 말했다. 방송 후 누리꾼들은 강은비 출연작의 주연급 배우를 추적하기 시작했고 여러 사람이 추측 명단에 올랐다. 한 여배우는 ‘마녀사냥’에 가까운 비난을 받고 있다. 강은비는 결국 자신의 미니홈피에 “그저 에피소드였고 보복성 발언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지난달에는 신인 연기자 유인나가 SBS ‘강심장’에 출연해 “전 소속사 이사가 기습적으로 뽀뽀를 시도했고 불쾌했다”면서 ‘성추행’에 가까운 과거의 경험을 고백해 논란이 됐다. 유인나 측은 “과거 일이기 때문에 조용히 넘어가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단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뿐만이 아니다. 케이블채널에서 방송되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폭로 수준은 가관이다. 얼마 전 인터뷰를 위해 만난 한 신인 연기자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자신의 이름이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재미삼아 내뱉은 경솔한 발언으로 받은 관심이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정작 본인은 인식하지 못한 듯했다.

오랜만에 컴백한 연기자가 돋보이려는 마음과 신인이 평소 출연하기 힘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싶어 하는 욕망을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무리 가십이 쏟아지는 시대라 해도 허용할 수 있는 범위라는 게 있다. 상황 판단 없이 ‘일단 말하고 보자’는 식의 폭로전은 본인은 물론 프로그램의 이미지까지 훼손시킬 뿐이다.

제작진의 책임은 더욱 크다. 출연자들의 발언이 가져올 부정적 파장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야말로 그들의 온전한 책임이다. 유인나 발언 이후 ‘강심장’ 제작진은 “성추행 논란으로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출연자와 시청자를 배려하지 않은 변명에 불과하다.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건전한 웃음을 주기 위한 것이지 연예인들의 사사로운 수다의 장이 아니다. 볼수록 불편해지는 예능 프로그램에 일정한 브레이크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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