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이 사람은 왜]아유미→ICONIQ 그녀의 변신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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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4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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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쎄 두로 짤라가눈 나 가툰 뇨자~(요새 들어 잘 나가는 나 같은 여자) 온동이가 짜꼬 이뿐 나 가툰 뇨자~(엉덩이가 작고 예쁜 나 같은 여자)'

재일교포 3세 가수 아유미가 2006년 한국에서 발표한 '큐티하니'. 일본의 섹시스타 코다 쿠미가 부른 같은 제목의 곡을 리메이크한 이 노래는 아유미 특유의 발음 때문에 화제를 모았다.

아유미는 2002년 여성 4인조 그룹 '슈가'의 멤버로 데뷔해 인기 아이돌로 각광받았다. 그녀가 주목받은 것은 가창력이나 외모 때문이 아니었다. 재일교포라서 한국어를 잘 못하는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모습이 TV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어 예능 프로그램 섭외 1순위가 된 것이다.

아직까지도 한국 팬들에게 남아 있는 아유미의 이미지는 어수룩하면서 친근한 소녀 같은 모습이다. '안뇬하쎄~요. 슈가 아유미에~요'라고 자신을 소개하던 말은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녀가 180도 달라졌다. 최근 일본에서 ICONIQ(아이코닉)으로 이름을 바꾸고 삭발을 한 채 '미래적인 느낌의 쿨한 여가수'로 활동을 재개한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 ICONIQ이란 이름으로 데뷔한 슈가 전 멤버 아유미. '변화'란 컨셉트에 맞춰 과거 한국에서 활동한 이력을 밝히지 않고 삭발한 신인 여가수로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ICONIQ이란 이름으로 데뷔한 슈가 전 멤버 아유미. '변화'란 컨셉트에 맞춰 과거 한국에서 활동한 이력을 밝히지 않고 삭발한 신인 여가수로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 신비주의 여가수로 등장한 ICONIQ

한국에서도 지난해 연말 슈가 전 멤버 아유미가 ICONIQ이란 이름으로 일본 가요계에 데뷔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엔 ICONIQ과 아유미가 여러 차례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ICONIQ의 삭발한 헤어스타일은 일본에선 '베이비 쇼트'라 불리며 화제다. 여가수가 갓난아기처럼 삭발하고 무대에 서는 것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ICONIQ이 주목받은 것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싱글 'I'm lovin' you'가 일본 휴대전화 착신음 랭킹에서 1위에 오르면서부터다. 일본의 인기 남성그룹 EXILE 멤버 ATSUSHI와 듀엣으로 이 곡을 노래한 ICONIQ은 과거 코믹한 이미지의 아유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녀는 '변화'라는 컨셉트로 화장품 업체 시세이도의 신제품 모델로도 나섰다. '내가 달라진다'는 문구를 내건 이 광고에서 ICONIQ은 자기 머리를 직접 자르는 모습을 연출했다.

공식 홈페이지의 프로필에는 신비주의 컨셉트가 그대로 드러난다. 슈가 멤버로 활동한 이력은 한 문장도 없다. '해외에서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독자적인 캐릭터로 주목받았다'고만 나온다.

생년월일은 명시돼 있지만 재일교포 3세라는 사실과 본명도 밝히지 않았다. 2008년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유학을 간 뒤 자극을 받아 일본에서 가수로 본격적인 활동을 다짐하게 됐다고 적혀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던 시절의 아유미
국내에서 활동하던 시절의 아유미

▼ "슈가와 아유미, 한국 활동 부끄러워?"

ICONIQ이 신비주의에 둘러싸인 '변화' 컨셉트를 선택한 것은 아유미의 이력으로는 J-POP계에서 재기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유미는 슈가 멤버로 일본에서 음반을 내고 활동하면서 '우타방' 등 인기 쇼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다.

슈가가 해체된 뒤에도 일본 드라마나 영화에 단역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한국과 달리 일본에선 아유미란 이름으로 크게 주목받지도 못하고 신인 가수의 장점인 신선함마저 잃어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부득이하게 미국 유학을 가서 휴식 기간을 가진 뒤 아유미라는 존재가 잊혀질 즈음 머리를 삭발하고 ICONIQ이란 이름으로 일본 무대에 복귀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유미를 지워 버리고 ICONIQ으로 새 출발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ICONIQ은 현재 일본 최고의 인기 남성그룹 EXILE의 리드보컬 ATSUSHI와 듀엣곡을 발표하며 놀라운 실력을 지닌 신인 여가수로 거듭났다. 다음달 10일 발매하는 ICONIQ의 첫 앨범 'Change Myself'에는 힙합듀오 m-flo의 재일교포 래퍼 VERBAL이 참여하는 등 기획사의 전폭적인 지원과 마케팅도 이어지고 있다.

아유미를 버린 ICONIQ은 최근 자신이 모델로 출연한 시세이도 신제품 발표회에서 "인생이 이렇게 달라진다는 것을 전하고 싶어 삭발했다"고 밝혔다. 또 "변하는 것은 멋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내 팬들은 슈가가 꽤 오랜 기간 활동했고 아유미가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점을 떠올리며 서운함을 나타냈다. 일부 누리꾼들은 '한국 활동이 부끄러운 과거인가'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최근 일본에서 ICONIQ이란 이름으로 데뷔한 슈가 전 멤버 아유미. '변화'란 컨셉트에 맞춰 과거 한국에서 활동한 이력을 밝히지 않고 삭발한 신인 여가수로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ICONIQ이란 이름으로 데뷔한 슈가 전 멤버 아유미. '변화'란 컨셉트에 맞춰 과거 한국에서 활동한 이력을 밝히지 않고 삭발한 신인 여가수로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 ICONIQ의 신비주의, 언제까지 유효?

ICONIQ은 일본 가요계의 대형 기획사 에이벡스 소속가수다. 에이벡스는 신인 스타를 발굴해내기보다 이미 기존에 활동하던 여성 연예인을 새로운 이미지로 포장해 성공시킨 경험이 풍부하다.

그라비아 모델(수영복 화보집 모델), 조연급 배우를 전전하다 가수로 데뷔해 일본 최고의 여가수로 거듭난 하마사키 아유미가 대표적 사례다. 카하라 토모미, 고토 마키 등도 에이벡스의 기획력을 통해 아이돌에서 성숙한 여가수로 변신했다. 아유미의 ICONIQ 변신과 '한국 활동 지우기'도 그녀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에이벡스가 만들어낸 전략으로 보인다.

그러나 높아지는 인지도에 따라 ICONIQ의 신비주의도 서서히 끝날 조짐이 보인다. 일본 인터넷에 아유미로 활동하던 시절의 사진과 동영상 등이 속속 등장하면서 신인이 아니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 휴대전화 착신음 랭킹에서 1위를 한 것을 두고 현지에선 안티도 늘어나는 추세다. ICONIQ의 소속사가 그녀의 신곡을 다운로드할 경우 이용자들에게 포인트를 부여한 이벤트가 논란을 일으켰다.

일본 누리꾼들은 105엔을 지불하고 ICONIQ의 'I'm lovin' you'를 휴대전화로 내려받은 뒤 간단한 설문조사에 응하기만 하면 150엔에 해당하는 포인트를 준 것을 문제로 삼았다. 결과적으로 음원을 산 가격보다 포인트가 더 많아 이용자들이 몰렸고 소속사 측이 '돈으로 순위를 샀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ICONIQ의 실제 인기 정도는 다음달 일본에서 발매하는 앨범이 어느 정도 호응을 얻느냐를 봐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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