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신변담 ‘공식’따라 확대

  • Array
  • 입력 2010년 1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폭로→자료배포→방송→인터넷 댓글 형태로 반복“콘텐츠 다양화 막고 인터넷 공익 활용 어려워져”

《19일 SBS ‘강심장’에 출연한 그룹 베이비복스 출신의 간미연은 방송에서 “베이비복스 활동 당시 좋아했던 남자가 있다.

남자의 집착이 심해져 헤어지자고 말하고 전화를 안 받았더니 우리 집 도시가스관을 타고 창문까지 올라왔다”며 옛 사연을 공개했다.》
이 발언을 사전에 녹화한 SBS는 방송 하루 전인 18일 ‘간미연, 베이비복스 시절 사랑했던 그 남자 집착 무서웠다’는 내용의 홍보 자료를 방송사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날부터 방송 이틀 뒤인 21일까지 인터넷에는 간미연이 과거 아이돌과 사귀었다는 제목의 가십 기사가 100건 이상 떴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댓글을 달며 그가 사귀었던 아이돌을 추적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온 연예인의 신변잡기 발언이 확대재생산되는 구조다. 대다수 예능 프로그램은 ‘녹화장에서 연예인의 폭로성 발언→방송사, 흥미 유발을 위해 관련 자료 올림→자료 인용한 인터넷 기사→방송→출연진 발언 인용한 인터넷 기사→누리꾼 댓글 및 진상 추적’ 등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연예인 발언의 확대재생산 구조는 프로그램의 시청률 경쟁 때문에 형성되고 있다.

○ “과거 연예인이랑 사귀었어요”

출연진의 폭로성 발언은 몇 가지 유형이 있다. 가장 흔한 유형은 과거 연애경험을 이야기하는 것. 출연진은 방송에서 주목을 받기 위해 어떤 내용을 이야기할지를 매니저나 프로그램 제작진 등과 상의하기도 한다.

배우 이다해는 24일 방송한 KBS2 ‘달콤한 밤’에서 “같은 작품을 했던 남자 배우와 사귄 적이 있는데 재작년 10월에 헤어졌다. 그런데 스캔들은 모두 황당한 상대와 났다”고 밝혔다.

KBS는 방송이 나가기 이틀 전인 22일 홈페이지에 “이다해 고백, 상대 배우와 실제로 만난 적 있다”는 자료를 올렸다. 22일부터 방송 다음 날인 25일까지 이다해가 상대 배우와의 열애 경험을 고백했다는 내용의 인터넷 기사 30여 건이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그와 연기한 상대 배우 추적에 나섰다.

지난달 SBS ‘강심장’에 출연한 그룹 투투 출신의 황혜영은 방송에서 “투투로 활동할 당시 대시를 받았던 분 중에 호감이 있었던 분이랑 매니저 몰래 007 작전처럼 둘이 만났다. 그분은 당대 최고의 스타였다”고 말했다. 방송 이후 누리꾼들은 실명을 거론하며 황혜영의 예전 남자친구를 추측했다. 결국 그는 미니홈피를 통해 “서태지 씨와 성대현 씨라는 추측이 많던데 그분들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 “내 이상형은 A 군” “눈만 살짝 집었어요”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스타는 연애 경험을 고백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이상형’을 털어놓는다.

19일 KBS2 ‘상상더하기’에 출연한 그룹 카라의 구하라는 이상형을 묻는 MC의 질문에 “2AM의 조권이 3위, 2PM의 준호가 2위, 2PM의 택연이 1위”라고 답했다. KBS는 방송이 나가기 전인 19일 오전 “구하라 수줍은 고백! 마음에 둔 남자 아이돌 있다”는 자료를 올렸다. 이 자료가 올라온 후부터 방송 이틀 후인 21일까지 구하라의 이상형 고백을 제목으로 뽑은 인터넷 기사는 30건이 넘었다.

성형 고백도 단골 소재다. 그룹 애프터스쿨의 유이는 5일 ‘상상더하기’에 출연해 “평소 짝눈이었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살짝 눈꺼풀을 집어주는 수술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KBS 홈페이지에는 이날 오전 “청순 글래머 유이! 성형 사실 최초 고백!”이라는 내용의 자료가 올라왔다. 자료가 나간 5일 오전부터 방송 이틀 후까지 유이의 쌍꺼풀 수술 관련 기사가 인터넷에 70여 건 올라왔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인터넷 매체를 중심으로 똑같은 내용의 가십 기사가 단시간에 반복적으로 나오면 누리꾼이 다양한 콘텐츠에 접촉할 기회가 줄어들고 인터넷의 공익적 활용이 어려워진다”며 “이러한 방식의 이슈 만들기가 확산되면 시청률을 올리는 효과도 없어질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김유진 인턴기자 고려대 언론학부 4학년


▲2010년 대한민국 연예계를 빛낼 차세대 ‘패셔니스타’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