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2호작 상영하는 감독 6명

  • 입력 2009년 10월 12일 02시 57분


10일 부산 해운대 피프빌리지(PIFF Village)에서 열린 ‘아주담담 토크’. 박찬옥 이송희일 이성한 이해준 김태식 김동원 감독(왼쪽부터)은 ‘두 번째 영화를 만드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부산=염희진 기자
10일 부산 해운대 피프빌리지(PIFF Village)에서 열린 ‘아주담담 토크’. 박찬옥 이송희일 이성한 이해준 김태식 김동원 감독(왼쪽부터)은 ‘두 번째 영화를 만드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부산=염희진 기자
“첫 영화는 멋모르고 찍었지만… 그 이후론 너무 막막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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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장편 데뷔 후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집에만 있었는데 눈병이나 입병처럼 없던 병이 생겼어요. 친구가 학교나 다녀보래서 1년을 보냈고, 그러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2005년 두 번째 시나리오를 썼어요. 하지만 기회는 금세 찾아오지 않더군요. 투자사 기다리느라 3∼4년을 보냈고 이제야 영화를 내놓게 됐어요.”(박찬옥 감독)

10일 부산 해운대 피프빌리지(PIFF Village)에서 ‘넘버2’라는 제목으로 열린 ‘아주담담 토크’. 박찬옥 김동원 김태식 이송희일 이해준 이성한 등 영화감독 6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 영화제에서 두 번째 작품을 상영하는 6명의 공통점은 차기작을 만들기까지 길고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점. 박찬옥 감독은 ‘질투는 나의 힘’ 이후 6년 만에 ‘파주’를 만들었고,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김동원 감독은 7년간 투자자를 찾다 독립제작으로 ‘꼭 껴안고 눈물 핑’을 만들었다. 이날 대화는 ‘두 번째 영화를 만들기까지 무엇을 했나?’를 주제로 진행됐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2005년)로 주목받은 후 ‘도쿄 택시’를 내놓은 김태식 감독은 영화 제목 때문에 차기작이 늦어졌다고 했다. “첫 작품을 만들고 ‘빌어먹을 박카스’라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빌어먹을’ 이라는 단어 때문인지 잘 안 풀렸죠. 때마침 일본 방송국에서 영화 프로젝트 제의가 들어왔고 엉겁결에 두 번째 작품을 찍게 됐네요.”

이들은 “멋모르고 찍은 영화로 첫 걸음을 뗀 감독에게 두 번째 영화는 부담이고 짐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렌즈를 벗어나 영화 외적인 것에 눈을 뜨게 되기 때문이다. ‘천하장사 마돈나’(2006년)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인 ‘김씨표류기’를 연출한 이해준 감독은 “영화라는 게 나만 재밌자고 찍을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두 번째 찍으며 느꼈다”며 “내가 느끼는 재미와 관객이 느낄 재미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송희일 감독은 조금 다른 고민을 털어놨다. “첫 번째 영화와 형식면에서 비슷한 모양새를 고수해야 할지, 다른 걸 해 보고 싶은 욕망을 따라야 할지 고민했어요. 혹시라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그 자리를 맴돌면 어떡하나 조바심도 났고요.” 이 감독은 동성애를 다룬 ‘후회하지 않아’(2006년)에 이어 탈영병을 소재로 한 ‘탈주’를 만들었다.

한 시간 동안 이어진 자리는 영화감독 지망생, 취재진 등 다양한 사람들로 붐볐다. 마지막 질문은 세 번째 영화에 대한 계획. 6인의 감독은 담담하게 대답을 이어나갔다. “주변 친구들이 뭐 하냐고 물으면 감독들은 준비하고 있다고 그러죠. 말이 그렇지 2∼3년 준비만 하면 그건 노는 거나 다름없어요. 이제부턴 육체노동이라도 해서 몸을 써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뭐라도 하다보면 세 번째 영화는 두 번째보다 쉽게 나오지 않겠어요?”(김태식 감독)

부산=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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