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9집내고 돌아온 룰라… 룰루랄라 컴백, 팬 곁으로 고잉 고잉

  • 입력 2009년 8월 5일 07시 55분


전성기 때 네멤버 9년만에 다시 뭉쳐… 댄스곡 ‘고잉 고잉’ 녹슬지 않은 호흡, 하루 7시간 춤연습 땀으로 공백 극복

돌아온 룰라에 대한 평가는 솔직히 기대 이상이다.

90년대 절정의 인기를 누릴 당시 20대였던 룰라는 어느새 불혹을 앞둔 나이가 됐다. 게다가 4명이 함께 무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9년 만이다. 그러나 이들의 경쾌한 호흡은 녹슬지 않았다.

“이제는 무대에서 숨이 차다”고 너스레를 떠는 룰라지만 새로 선보인 신나는 댄스곡 ‘고잉 고잉’(going going)을 부르는 이들의 모습은 오랜 세월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다. 90년대 인기 댄스음악을 기억하는 음악팬들에게 ‘고잉 고잉’은 추억을 되살리는 타임머신과 같다.

리더 이상민을 비롯해 섹시 스타로 사랑받았던 김지현과 고영욱, 채리나까지 전성기 멤버가 그대로 뭉친 룰라가 10곡을 담은 정규 9집을 내놓았다.

요즘 가요계 대세가 1-2곡을 담은 싱글 혹은 4-5곡을 수록한 미니앨범인 반면 룰라는 700만 장의 음반 판매기록 보유자답게 탄탄한 정규 앨범을 택했다. 음반 프로듀서와 사업, 그룹 활동 등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하던 룰라가 다시 뭉치기로 뜻을 모은 건 3년 전이다.

“만날 때마다 ‘음반 내자’, ‘가수 하자’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처음에는 다들 엄두를 못 냈어요. 제가 곡 작업을 시작하니 그때서야 모두 실감하더군요.”(이상민)

룰라가 음반을 낼 수 있던 계기는 뜻밖에 찾아왔다. 2007년, 히트곡을 보유한 가수들이 출연해 노래를 전수하는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며 그동안 잊고 살았던 무대의 ‘맛’이 다시 살아나는 걸 느꼈다.

마음이 통하니 다시 모이는 일은 순조롭게 이뤄졌다. 그룹 활동을 중단했어도 여전히 사이가 돈독했던 멤버들의 결속력도 재결성을 앞당겼다.

“활동이 5년, 공백은 9년이에요. 활동기간보다 공백이 더 긴 그룹이죠. 신인 시절보다 더 열악한 조건이기 때문에 몇 배의 땀을 쏟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김지현)

“5일간 7시간 춤 연습은 기본”

물론 룰라는 “9년 사이에 변한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는 일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공백과 나이로 인한 ‘체력’의 문제는 어쩔 수 없다.

‘고잉 고잉’은 작은 동작의 안무가 많아 서로 완벽하게 호흡을 맞추지 않으면 실수가 잦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평일에는 줄곧 연습실에 머문다고 한다.

채리나는 “주말마다 음악 프로에 출연하다보니 평일에는 6-7시간 동안 연습실에서 춤 연습을 한다”며 “이렇게 하지 않고 무대에 오르면 금방 티가 나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지만 의욕만큼은 대단했다.

김지현은 9년 만에 오른 생방송 무대를 떠올린 뒤 “눈물이 핑 돌았다”며 다시 그 때의 감정이 떠오르는 지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기도 했다.

“룰라를 떠난 뒤 신정환과 듀엣 ‘신나고’를 결성해 무대에 섰지만 늘 적응하지 못했어요. 특히 지방 공연에서 노래를 부를 때면 ‘룰라는 히트곡이 많은데’라는 아쉬움이 컸죠.”(고영욱)

룰라는 “역시 4명이 모였을 때 서로 믿는 구석이 생겨 물 흐르듯 노래하고 춤 출 수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현도 유건형 등 90년대 동료들과 합작

룰라의 컴백 음반에는 90년대 가요계에서 함께 활동한 가수들이 참여했다. 듀스의 이현도는 후속곡 ‘에브리바디’(everybody)를 작곡했고, 언타이틀의 유건형은 ‘고잉 고잉’을 만들었다.

“90년대는 대중음악이 골고루 잘 됐던 시기였어요. 노이즈, 듀스, 김건모 등 음반을 냈다 하면 100만장을 넘겼는데 성공, 실패로 나눌 수 없을 정도로 모두 잘 되던 때였죠. 다시 그 때가 오지 않더라도 이번 음반으로 조금이나마 발판을 마련하고 싶어요.”(이상민)

룰라는 앨범 재킷과 뮤직비디오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무대 의상은 트렌드 세터들에게 인기가 높은 최범석 디자이너에게 맡겼고 ‘고잉 고잉’ 뮤직비디오는 8개의 세트를 제작해 총 200여 벌의 의상을 갈아입으며 화려한 멋을 냈다.

룰라가 9집으로 내건 목표는 공연으로 팬들과 자주 만나는 일. 올해 말 서울에서 대규모 단독 콘서트를 연 뒤 부산 등 전국투어로 무대를 넓힐 예정이다. 이와 함께 미국 투어도 추진 중이다.

인터뷰 말미 고영욱이 “한창 활동할 때 단독 콘서트를 열면 20곡을 2시간 반 동안 라이브로 불렀다”고 자랑스레 말하자 김지현은 “그 땐 나이가 어렸잖아”라고 응수했다. 하지만 이내 “자신있다”며 경쾌한 웃음을 쏟아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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