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빠진 ‘상상더하기’

  • 입력 2009년 6월 18일 02시 59분


재미-긴장감 떨어져 두달여 시청률 10% 안팎

KBS2 예능 프로그램 ‘상상더하기’(화 오후 11시 15분·사진)가 최근 두 달여간 10% 안팎의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16일에는 8.8%(AGB닐슨미디어리서치)로 한자리에 머물렀다. 이날 같은 시간대 SBS 교양 프로그램 ‘긴급출동 SOS24’는 15.2%를 기록했다.

상상더하기의 시청률이 저조한 이유는 재미와 긴장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16일에는 조성모 박지윤 이성진 채연 등 최근 다시 활동을 시작한 가수들이 출연했다. 이들은 돌아가며 신곡을 한 소절씩 부르고 탁재훈 신정환 이수근 박재정 등 진행자와 이전 방송 장면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데뷔시절 모습, 뮤직 비디오, 출연했던 예능 프로그램, CF 장면 등이 화제가 됐지만 지나치게 산만한 느낌이었다.

토크 부분인 ‘친절한 사형제’ 코너의 질문과 대답도 날카롭지 않았다. ‘소문과 진상’이란 제목으로 채연과 조성모에게 “방송을 이용해 남자를 만난다” “건방지다는 소문이 있다” 등 알려진 이야기를 물었고 대답도 “그건 오해다” 수준이었다. 연예계의 실체를 파고드는 질문과 대답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에게는 너무 밋밋했다. 박지윤에게 “루머 때문에 은퇴를 결심했냐”고 물었지만, 이야기는 엉뚱하게 중국의 식습관에 대한 잡담으로 흘렀다. 이어지는 ‘친절한 사투리 자랑’ 코너도 마찬가지다. 지역 방언을 퀴즈로 내고 출연자가 두 팀으로 나눠 뜻을 맞히는 이 코너는 16일 전라도 방언 ‘꽁구다’(벼르다)가 나왔으나, 여러 차례의 힌트에도 불구하고 마치 일부러 답을 피해가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도전팀’인 탁재훈 이수근 박지윤 조성모는 결정적인 힌트를 여러 번 받아 답을 못 맞힐 확률은 거의 없어 보였다. 도전팀에 힌트를 주면서도 오답을 이끌어내야 하는 ‘딴죽팀’의 심리전도 긴장감을 주지 않았다. 진 팀에 신 유자즙 등을 억지로 먹게 하는 벌칙도 식상하다. 출연자가 인상을 찌푸리거나 평소 이미지와 달리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마시는 설정도 다른 오락 프로그램과 차별화되지 않았다.

박재정은 진행을 맡은 지 100일이 됐지만 ‘개그콘서트-봉숭아 학당’에서 박영진에게 “웃기지 않는다”며 구박당하는 허경환을 떠올리게 했다. 뜬금없이 ‘마초맨’을 흉내 내는 ‘준비물 개그’도 여전히 어색했다. ‘연기본능 발동’ ‘모노 드라마’ 등 자막으로 이를 보완하려 했으나 여의치 못했다. 우리말을 놓고 참신한 대결을 벌이는 퀴즈와 흥겨운 분위기를 자아냈던 ‘상상플러스’ 시절의 인기를 회복하려면 변화를 모색할 때가 된 것 같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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