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겉만 보여준 ‘특별한 1%’의 삶

  • 입력 2009년 4월 2일 02시 57분


케이블 tvN 첫 방송 ‘화성인 바이러스’

‘2000억 원을 모은 30세 부자, 39세까지 키스 한 번 못해본 남자.’

지난달 31일 오후 11시 케이블채널 tvN에서 첫 방송된 ‘화성인 바이러스’는 방영 이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이경규 김구라 김성주 등 인기 방송인들이 나오고 ‘대한민국의 특별한 1%’가 출연해 그 사람의 성공 비결이나 사회의 단면을 들여다본다는 설정 때문이었다. 또 첫 출연자인 장현우 씨는 수입가구 M사 최고경영자(CEO)로 총자산이 2000억 원대라는 배경 탓에 방송도 되기 전에 화제를 모았다.

이경규 김구라의 능수능란한 입담과 아나운서 출신인 김성주의 진행은 무리가 없었다. 출연자인 장 씨와 연애경험이 없는 39세 남자도 시청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했다.

문제는 방송 의도와는 달리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얘기만 다루다가 정작 그들을 스튜디오에 부른 목적을 놓쳤다는 점이다.

먼저 장 씨를 보자. 장 씨 본인은 “위화감을 조성할까 걱정했다”고 미리 보호막을 쳤지만 방송의 흐름은 장 씨의 화려한 외양에만 치중했다. 장 씨가 걸친 400만 원짜리 악어벨트와 600만 원짜리 재킷에 감탄하기 바빴다. 모두 합쳐 2억5000만 원이 넘는다는 그의 시계 컬렉션을 보여주면서 자막으로 “억대 자산가가 될 수 있는 노하우”를 내보낸 것도 프로그램의 취지와 상관이 없었다. 김성주는 장 씨를 두고 “돈 버는 방법을 제대로 안다”고 말했지만 그것에 담긴 노력과 노하우를 시청자들이 살펴보기는 힘들었다. 두 번째 출연자 허준 씨도 마찬가지다. 허 씨는 39세가 되도록 여성과 연애경험이 한 번도 없는 남성으로 소개됐다. 방송에서 언급했듯이 650만 명에 달하는 ‘싱글족’ 독신자 시대의 단면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방송은 내내 허 씨의 외모나 미확인비행물체(UFO) 촬영 취미를 거론하며 ‘이러니까 연애도 못한 것’이란 시각에서 벗어나질 않았다. 허 씨가 말한 “(독신자도) 하나의 생활방식이란 당당함을 보여주려던” 출연 의도는 찾기 힘들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단한 감동이나 교훈을 찾으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특별한 1%’를 불러놓고 그들의 껍데기만 보여준 것은 아닌지 아쉬웠다.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출연자들의 내면을 함께 보여줬다면 시청자에게 위화감이나 잘못된 편견을 주진 않았을 것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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