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박죽… 길 잃은 황정민표 탐정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4분


내달 2일 개봉 ‘그림자 살인’

구한말 배경 세련된 세트

의문의 살인극 범인 잡기

뻔한 결말 맥빠진 스릴러

‘배우 황정민’과 ‘배경 구한말’.

4월 2일 개봉하는 ‘그림자 살인’(15세 이상 관람가)의 두 가지 체크 포인트다.

내년에 마흔이 되는 황정민은 2005년 ‘너는 내 운명’ 이후 비평에서나 흥행에서나 뚜렷한 화제작을 내놓지 못했다. 2008년부터 유행처럼 만들어진 ‘원스 어폰 어 타임’ ‘라듸오 데이즈’ ‘모던 보이’ 등 구한말 배경 영화에 대한 관객 반응은 하나같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론부터 얘기해서 박대민 감독이 데뷔작 ‘그림자 살인’에 담아낸 구한말 비주얼은 이전 비슷한 배경의 영화들보다 세련되고 맛깔스럽다. 하지만 2005년 한 시상식의 “배우는 스태프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를 얹을 뿐입니다”처럼 황정민의 감동적인 수상 소감을 다시 들으려면 그의 다음 영화를 기다려야 할 듯하다.

주인공 홍진호(황정민)는 바람난 유부녀의 외도 현장 잡아내기 등 궁색한 일로 먹고 사는 사립탐정이다. 시체해부실습을 위해 산에서 주워온 변사체가 친일파 대부호의 아들임을 알게 된 의대생 광수(류덕환)가 그런 진호에게 범인을 잡아달라고 의뢰한다. 발명가 순덕(엄지원)의 도움으로 의문의 유랑서커스단을 뒤쫓던 진호와 광수는 마약과 변태성욕 등 추악한 사건의 중심에 조금씩 다가간다.

출발은 경쾌하다. 탱고 선율에 맞춰 슬슬 춤을 추듯 불륜 현장을 덮치는 진호의 장난스러운 얼굴은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의 주인공 스파이크를 닮았다. “의리 없이 살아도 돈 없이 못 살겠더라”는 능글맞은 대사가 황정민의 입에 짝짝 달라붙는다. 맵시 있는 하얀 중절모와 연푸른색 구식 정장은 매력적인 한국형 탐정 캐릭터의 탄생을 은근히 기대하게 만든다.

황정민은 예리한 추리보다 완력과 배짱을 앞세우는 군관 출신 탐정 진호의 얼굴에 썩 잘 어울린다. 각각 007 시리즈의 괴짜발명가 Q, 셜록 홈스의 파트너인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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