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생략의 힘!… 온스타일 채널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 입력 2009년 3월 17일 02시 57분


케이블채널 온스타일의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출연자 최혜정 씨가 도전 과제로 옷을 만들고 있다. 사진 제공 온스타일
케이블채널 온스타일의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출연자 최혜정 씨가 도전 과제로 옷을 만들고 있다. 사진 제공 온스타일
“내가 왜 그런 소리를 들어야 돼? 그 꿈을 너희들이 짓밟은 줄이나 알아.”

14일 패션 디자이너와 지망생들이 경쟁을 벌이는 케이블채널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토 밤 12시)의 한 장면. 출연자 최혜정 씨가 “실력은 별로인데 ‘빽’이 있어서 탈락하지 않고 있다”는 소문을 다른 출연자에게 듣고 격분했다. 그만두겠다는 그를 두고 긴장이 고조됐다.

‘최혜정 제 발로 나갈 것인가?’ 같은 자막이 화면에 나올 법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아무런 자막도 없다.

이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의 말이 잘 들리지 않을 때를 제외하면 자막을 쓰지 않는다. 여느 프로그램들이 자막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과 차별화된다. 이 프로그램의 케이블 가구 시청률은 14일 1.08%(AGB닐슨미디어리서치), 6회 평균 0.9%를 기록했다. 20∼34세 여성 시청자 층에서는 6주 연속 동시간대 1위다.

연출자 이우철 PD(38)는 “자막이 하단에 들어가면 시청자의 시선을 분산시켜 출연자의 표정과 행동에 집중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케이블채널 MBC에브리원의 ‘퍼펙트 브라이드’는 자막으로 상황을 해석해 전달하고 있다. 서주완 PD는 “터키에서 수입한 원 포맷에는 자막이 없지만 상황과 말 자막을 많이 넣는 한국 현실에 맞춰 자막을 넣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의 평균 시청률은 0.3%다.

지상파의 예능프로그램들도 자막 공해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다. 10일 ‘상상플러스’(KBS2)에서는 ‘소녀시대’의 수영이 “이영자 몸매가 두근두근거리냐”며 비하 발언을 하자, 이를 다시 자막으로 내보냈다. 15일 ‘일요일일요일밤에-우리 결혼했어요’(MBC)에서는 ‘슈퍼주니어’ 강인이 정형돈을 응원하는 ‘소녀시대’의 태연에게 “진짜 형돈 형을 사랑하게 된 거야? 대충 즐기다 헤어져”라고 말한 것도 자막으로 다시 나왔다.

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제작진이 자막을 남발해 예의가 없는 말을 강조하거나 자막과 상황이 동떨어진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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