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크 마케팅’을 아십니까

  • 입력 2009년 2월 24일 02시 58분


과장-엄살 심한 영화홍보 붐

“최저 기대작” 역발상 문구도

‘2월 26일 일본이 망한다.’

최근 ‘목격하라 일본멸망’ ‘전 세계가 일본을 버렸다’ 등 섬뜩한 문구가 담긴 ‘일본 멸망 포스터 3종 세트’가 전국 곳곳에 붙었다. 이는 일본 영화 ‘블레임: 인류멸망2011’(26일 개봉·사진)의 홍보물이다. 온라인에 배포된 ‘망해라, 일본’이라는 제목의 손수제작물(UCC)은 일본이 바이러스로 망하는 이 영화의 장면들을 엮어 제작했다.

▽영화보다 재미있는 ‘페이크(fake) 마케팅’=‘○○○ 카리스마 연기 화제, 아카데미 최다 수상작, 예매율 1위….’ 이처럼 뻔한 문구는 낡은 방식이다. 요즘 눈에 띄는 것은 영화의 내용을 마치 실제 상황인 것처럼 꾸미는 ‘페이크(가짜) 마케팅’이다. 3·1절을 앞두고 일본에 대한 감정에 초점을 맞춘 ‘블레임: 인류멸망2011’이 그런 사례다.

이 영화의 마케팅을 맡은 케이티에이치 영화사업팀 김도연 씨는 “배우들로 구성된 기존 포스터 대신 도쿄타워 등 상징물이 무너지는 장면을 포스터에 담았다”며 “일본 제작사 측도 그런 마케팅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개봉하는 ‘구세주2’도 ‘2월 최저 기대작’ ‘안다! 아무도 안 기다린 거! 하지만 우리는 만들었다!’ 등의 문구를 내세웠다. 이 작품의 전작인 ‘구세주’는 2006년 개봉해 165만 명이 봤지만 평단에서는 ‘싸구려 코미디’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의 마케팅을 맡은 윤윤상 씨는 아예 최저 기대작 등 ‘과장된 엄살’을 미리 부리는 방식을 택했다. 윤 씨는 “홍보 문구는 황승재 감독과 주연 최성국의 아이디어”라며 “1편이 ‘싸구려 코미디’로 평가받은 것을 인정하면서도 자신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외화는 상관없는 한국 배우를 내세워=외화의 경우 영화와 상관없는 한국 배우를 홍보에 내세우는 ‘페이크 마케팅’을 보이고 있다.

여주인공의 몸을 통해 다시 태어나려는 악령을 다룬 공포 영화 ‘언데드’(26일 개봉)의 홍보대행사는 최근 ‘이 사람이면 악령이라도 내 몸을 빌려줘 다시 태어나게 하겠다’는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결과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 역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민호가 1위(52%)를 차지하자 ‘악령도 이민호를 막을 수 없다’는 홍보 문구를 내세웠다.

배급사인 UPI 마케팅팀 송현정 씨는 “이는 젊은 층을 겨냥한 홍보 전략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사전 정보가 없던 누리꾼들도 빠른 시간 내 영화를 인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19일 개봉한 ‘문프린세스’는 등장인물을 SBS ‘패밀리가 떴다’의 캐릭터들과 연결짓는 홍보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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