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임신’ 안 다루면 드라마 안되나

  • 입력 2009년 2월 3일 02시 59분


KBS ‘집으로…’등 방송3사 드라마 마다 단골 소재

“소중한 새생명을 손쉽게 갈등 소재로 남발” 지적

KBS2 주말드라마 ‘내 사랑 금지옥엽’(오후 7시 55분)에서 극 중 신호(지현우)와 결혼하려던 세라(유인영)는 신호의 전 애인인 보리(홍아름)가 신호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로 인해 세라는 신호와 결혼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

MBC 일일드라마 ‘사랑해 울지 마’(오후 8시 15분)에서 서영(오승현)은 영민(이정진)과 약혼했지만 영민이 미국 유학 중 동거했던 여자가 영민 모르게 아이를 낳아 키우다 영민에게 보낸 사실을 알자 파혼한다. 서영은 영민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고, 관계를 회복하려고 하지만 영민은 거절한다.

MBC 주말드라마 ‘내 인생의 황금기’(오후 7시 55분)에서도 이혼한 여성 황(문소리)이 전남편 태일(이종원)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재결합을 원하지만 태일은 거부한다. 황은 이미 태일이 아닌 다른 남자의 딸을 낳아 키우고 있다.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오후 7시 20분)에서도 애리(김서형)는 친구의 남편 교빈(변우민)과 불륜 끝에 아이를 낳아 키운다.

이처럼 지상파 TV의 일일 및 주말드라마에서 혼전 또는 혼외 임신이 갈등 유발의 기제로 사용되면서 지나치게 빈번해지고 있다.

이들 드라마에서 나오는 혼전 또는 혼외 임신은 3각 또는 4각 관계, 이혼이나 파혼 등에서 갑작스레 등장하고 이를 계기로 애정 상대들의 갈등이 극대화된다. 성인들의 얽히고설킨 애정 관계를 다뤄온 드라마들이 이제는 아이나 임신을 그 갈등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혼전 임신에 대해서는 ‘첫아이는 혼수’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사회의식이 바뀌었고, 두 남편과 이중적인 결혼 생활을 각각 하는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가 흥행에 성공할 정도로 가족에 대한 의식도 달라지고 있다. 일일 및 주말드라마에 혼외나 혼전 임신 소재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늦어진 결혼 적령기, 가족·성의식의 변화 등의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윤석진 교수는 “성관계 후 임신을 아는 데는 시간차가 있어 도중에 변수를 집어넣고 반전을 만들기 쉽다”며 “소중히 여겨야 할 새 생명의 탄생을 손쉽게 극 중 갈등의 소재로 남발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이영미 씨는 “가족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소재로 혼외 출생이 흔하게 사용되지만 주말극 일일극이 자극적으로 변하면서 빈번히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드라마들과 관련해 혼전 임신에 얽힌 여성의 선택도 상투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가족 관계의 변화를 극적 구성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단순히 드라마가 자극적인 흥미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권지연 분과장은 “이미 이혼, 파혼한 여성이 또 다른 선택지를 고려하지 않고 아이를 임신했다고 재결합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설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내 사랑 금지옥엽’의 전창근 PD는 “혼전 임신이 갈등을 쉽사리 만들려는 것이라는 지적에 수긍한다”면서도 “각자 결핍된 상황에서 자라는 자식들의 문제를 다루려 하다 사용된 소재”라고 말했다. 그는 “뚜렷한 주제 의식을 가진 미니시리즈와는 달리 여러 인간 군상을 보여주며 50회 이상 끌어가야 하는 연속극에서 명확한 갈등 유발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동아일보 주요기사

강호순, 여성편력 소설-관상책 보며 ‘범죄수업’

강호순 거주 빌라 옥상서 여성속옷-스타킹 70점 발견

李대통령-박근혜 회동, 분위기는 화기애애 했지만…

[화보]강호순 이틀째 현장검증…담담한 살인 장면 재연

[화보]민망한 복장…터프가이 맞나요?

[화보]안방극장은 끝없는 임신과 막말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