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이 달라졌다…오빠부대서 행동 전사로

  • 입력 2008년 11월 18일 08시 06분


“스타 팬, 우습게 보면 큰 코 다친다.”

스타의 팬이 움직인다. 문제가 있으면 당당히 시정을 요구하고 잘못된 것은 사과를 받아낸다. 행동하는 팬은 연예 스타에 국한되지 않는다. 스포츠 스타의 팬들도 아이들 스타 못지않게 적극적이다.

김연아에 이어 피겨계 기대주로 꼽히는 김나영(18). 그녀는 팬 덕분에 21일부터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국제빙상연맹(ISU) 시니어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시리즈 5차 대회 ‘컵 오브 러시아’(이하 COR)에 출전하게 됐다.

당초 그녀는 COR의 초청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팬클럽 회원과 인터넷 ‘디시인사이드 피겨 스케이팅 갤러리’ 회원들이 COR 출전 선수 중 2명이 불참하는 것을 확인한 뒤 러시아 빙상협회에 직접 메일을 보내고 국제전화를 거는 노력 끝에 초청장을 받아냈다.

한국 빙상 스포츠를 관장하는 공식기관 보다 선수 팬들의 적극성과 정보력이 더 뛰어났던 것. 그런가 하면 서태지 팬은 Mnet ‘엠 카운트다운’의 유료모바일투표에 대해 정확한 반영수치 및 과금제도 고지 등에 문제를 제기, 두 달간의 실랑이 끝에 환불약속과 공식사과를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팬들은 문제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 제기, 소비자보호원을 통한 환불요청, 공정거래위원회 민원 제기 등 조직적인 활동을 펼쳤고 심지어 카툰과 동영상 UCC까지 제작 배포했다.

또한 비 팬들도 12일 SBS가 비 무대에서 방송이 끝났다는 이유로 공연 도중 음악을 끊은 것에 격분, 방송사 홈페이지 게시판에 하루 1000여 개의 글을 올렸다. 그리고 해당부서에 항의전화 공세를 펼쳤다. 결국 제작진은 게시판에 사과문을 올렸다. 전과 달리 당당히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문제를 지적하는 팬의 존재는 방송사에게는 꽤 부담스러운 존재이다.

SBS ‘인기가요’ 박상혁 PD는 “과거 아침 일찍 공개홀 앞에 줄을 서 기다리다 입장하는 정도의 적극성이었다면, 지금은 방송3사 음악 프로그램을 비교하고 조명과 카메라 구도까지 지적하는 팬이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박 PD는 “특정 스타 팬들의 요구나 지적이라고 해도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되면 수용해 제작에 반영한다”고 달라진 제작 행태를 밝혔다.

꼭 특정 스타의 팬들에서만 이런 적극성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SBS 드라마 ‘타짜’는 학부형과 교사들이 ‘도박을 미화하지 말라’ ‘학교에서 학생이 모여 도박하는 광경이 많이 목격되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결국 방통위는 SBS에 시청등급을 올릴 것을 권고해 당초 ‘15세 관람가’ 이었던 시청등급이 ‘19세 관람가’로 올라갔다.

스타를 좋아해 감수할 ‘불이익’이 아닌, 좋아하기 때문에 당당히 누릴 ‘권리’를 말하는 팬들. 달라진 ‘팬덤’(fandom)에 걸맞는 방송사, 기획사의 적극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요즘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 이유나 기자 ly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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