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기리 죠 “일본서 내 이미지는 변태”…그 당혹스런 솔직함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7시 43분


영화 ‘비몽’ 홍보차 방한

“당신 요즘 한국에서 인기 좋다.”

“정말요? 몰랐어요. 진짜 감사하네요.”

여기까진 평범했다. “마니아 여성 팬이 정말 많다. 한국에서 인기 최고라는 걸 몰랐다니 믿겨지지 않는다. 입국할 때 공항에 팬들이 많이 나가지 않았나?”

이때 갑자기 통역이 끼어든다. “늦은 밤에 와서 공항에는 팬이 한 명도 없었어요.” 그랬구나. 그런데 너무나 성실한 통역은 이어 오다기리조에게 공항에 팬이 한 명도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했다고 털어놓는다. ‘민망하게 뭐 그런 말까지….’

하지만 걱정도 잠시, 오다기리 조는 싱긋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간다.

“하하하. 그런데 진짜 한국에 제 팬이 많아요?”

정말 궁금한가 보다. “진짜 사실이다. 정말 많다”고 말하고 서둘러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영화 속에서 참 멋있다. 자유스러워 보이고. 특히 ‘비몽’에선 정말 착하고 헌신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의외다. “한국에서 제가 어떻게 알려졌는지 잘 모르겠지만 전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닌데… 일본에서는 저를 그러니까…음…”,

“아! 마니아 적인 성격… 당신은 일본에서 마니아적인 성향으로 유명하죠?”

“하하하, 마니아 보다는 좀 더 이상한 사람으로 통하는 것 같아요”,

“그럼 오타쿠?(특정 분야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사람)”

“아니요, 전 차라리 변태에 가까워요”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연기파 스타와 나눈 대화로 믿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이다. 김기덕 감독의 ‘비몽’의 9일 개봉에 맞춰 한국을 찾은 오다기리 조. 집시와 히피 패션을 섞은 것 같은 독특한 스타일에 전혀 정리가 안 된 수염까지. 겉모습만 보고 동문서답에 자신만의 철학을 장황하게 늘어 놓을까 걱정했지만 이 사람 이거 너무 솔직해서 당혹스럽다.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이나영은 어땠나?”,

“와 정말 좋았다. 좋은 친구다. 솔직히 일본 여배우들은 착각이 심하다. 괜히 자존심만 높고. 이나영은 빅스타 같지 않은 자연스러운 사람이다. 그래서 금방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야성과 반항기 넘치는 마초적인 남자가 아닐까 생각했던 오다기리 조에 대한 선입견은 만난지 단 몇 분 만에 사라졌다. 오다기리 조는 서른을 훌쩍 넘기며 10년 가까이 연기활동을 하고 있는 일본 스타인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솔직했다.

영화 ‘비몽’은 헤어진 연인을 찾아가는 꿈을 매일 꾸는 남자. 그리고 그 남자의 꿈과 똑 같이 행동하는 몽유병에 걸린 여인. 슬픔이 꿈으로 이어진 두 남녀의 고통과 사랑을 그린 영화다.

일본 사회의 약자 재일교포의 아픔을 그린 ‘피와 뼈’, ‘박치기’등에 출연하기도 했던 오다기리 조는 “요즘 일본에서 한국 영화 보기가 너무 힘들어졌다. 한국에는 재능 있는 감독들이 정말 많은데 영화의 활발함이 예전에 비해 떨어진 것 같다”고 걱정했다 .

그는 이어 “‘비몽’은 단 12일 만에 촬영을 끝냈다. 현장에서는 왜 그런지 모르게 꼭 소요되는 시간이 있는데 김기덕 감독은 달랐다. 보통 제가 생각하는 것, 감독이 바라는 것이 머릿속에서 싸우는데 이번에는 그런 머릿속 다툼이 없었다”고 말했다. 오다기리 조는 배우이면서 단편 영화 감독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연출 작품은 만나보기가 쉽지 않다. 그는 “친구들끼리 모여 만들고 우리끼리만 본다.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내 작품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출을 비즈니스로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언제든지 기회가 주어지면 한국 영화에 또 출연하고 싶다는 오다기리 조. 하지만 역시 상상을 뛰어넘는 솔직함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작품이 좋아야지, 한국과 일본의 우호를 증진하기 위해서라는 식의 목적을 앞세운 영화는 절대 안 해요”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사진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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