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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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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최진실 씨의 죽음은 한국인 자살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최 씨의 개인적 상황과 최 씨가 택한 자살 방법 등은 각종 자살 통계상의 대표적 특성과 일치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한국의 자살실태와 대책’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우울증 등 심리적 불안 상태의 중년층이 충동적으로 자살을 택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 자살자 중 40대, 고졸자, 이혼자 많다
1997년부터 최근 10년 사이 경찰서 3곳에서 조사한 자살 사건 1282건을 분석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연령별로는 40대(19.1%), 학력별로는 고졸자(33.5%)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원인별로는 우울증(20.8%), 심리불안(20.6%) 등으로 인한 자살이 41.4%나 됐다. 자살 방법은 자신의 집(41.1%)에서 목을 매 숨진 경우(41.5%)가 가장 많았다. 또 자살자의 40.4%가 자살도구를 미리 준비하지 않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했다.
최 씨 역시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고졸 학력으로 올해 나이가 마흔이었다. 그는 자신의 침실에서 집에 있던 압박붕대로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이뿐만 아니라 최 씨처럼 결혼 뒤 사별이나 이혼을 겪은 사람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박세진 씨의 석사학위 논문 ‘혼인 상태에 따른 자살률의 동향에 관한 연구’에서도 인구 10만 명당 혼인상태별 자살자 수가 남성의 경우 이혼 183.3명, 미혼 130.6명, 사별 111.8명, 배우자 있음 34.5명, 여성의 경우 이혼 67.5명, 미혼 48.2명, 사별 31.3명, 배우자 있음 15.2명 순으로 나타났다.
○ 국내 자살자 수 7년 만에 두 배로 국내에서 자살을 하는 사람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3일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살자는 2000년 6437명에서 2007년 1만2174명으로 1.9배로 늘었다.
지난해 전체 자살자 중 40대가 2231명(18.3%)으로 가장 많았다. 여성 자살자는 2000년 1961명에서 2007년 4427명으로 2.3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남성 자살자는 4476명에서 7747명으로 1.7배로 증가했다.
초중고교생 자살자도 2003년부터 5년 동안 1.4배로 늘어났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초중고교생 자살자는 △2003년 100명 △2004년 101명 △2005년 135명 △2007년 142명이었다.
○ 모방자살, 경제위기로 자살 증가 우려
최 씨와 같은 유명 연예인을 따라 자살을 선택하는 모방자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최 씨 자살 직후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성명을 내고 “자살 사망 통계를 살펴보면 2005년 이은주 씨 자살, 2007년 유니 정다빈 씨 자살 이후 자살건수가 급격히 증가했다”며 ‘자살 바이러스’의 확산을 경고했다.
더욱이 최근 한국 사회의 분위기는 자살이 급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 국내 경제 여건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에선 ‘경제위기 시대’에 자살이 급증했다.
지난해 2월 본보가 1996년부터 2005년까지 10년간 자살한 8만4048명의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외환위기가 고조됐던 1998년과 벤처 붐이 가라앉고 경기 거품이 꺼진 2003년의 자살률이 각각 전년보다 42.3%, 26.7% 증가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