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비키니 노출? 몸매 안되 연기로만 승부할래”

  • 입력 2008년 8월 4일 07시 54분


이번 주 ‘여기자들의 수다’ 주인공은 KBS 2TV ‘태양의 여자’에서 열연을 펼친 김지수다.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끝낸 뒤 한결 홀가분해진 그녀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태양의 여자’의 ‘가해자’ 도영과 ‘피해자 ’ 지영처럼, 이번에는 기자들이 각각 착한 인물과 악역으로 역할을 나누어 그녀에게 질문을 했다. 연기와 작품으로 시작한 대화는 어느덧 남자친구 김주혁과 연상녀의 로망인 연하남, 그리고 몸매 콤플렉스까지 이어졌다.

이유나(이하 착한 나): 김지수의 대표작이 또 하나 추가됐다. 주연을 맡았던 영화 ‘여자 정혜’와 이번 드라마 ‘태양의 여자’. 정혜와 도영을 떠나보낼 때 어떻게 달랐나.

김지수(이하 김): 정혜는 촬영 당시 우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끝내 놓고 아주 시원했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 생각나고 안쓰럽고, 더 많이 가여워했다. 반면 도영은 닥치라고도 하고, 마음속으로 목을 부러뜨리기도 하고, 양동이로 물도 끼얹고, 누군가를 협박하며 갖고 노는 등 속 시원한 면도 많았지만 찍으면서 내내 마음 아팠다.

이정연(이하 독한 연): 통속극이라는 시선과 6%대의 저조한 시청률로 시작했을 때 기분은.

김: 정확하게 말하면 6.8%였다(하하). 제작발표회부터 ‘통속극’에 대한 질문을 받고 기분이 상했다. ‘뻔한 것을 어떻게 풀어가느냐 과정이 중요하다’라고 큰 소리 쳤다. 드라마 초반에 6%대가 나왔지만 앞으로 시청률이 좋아질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 다음 회가 이토록 궁금한 드라마는 내 생애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독한 연: 드라마에서 ‘독한’ 연기를 펼쳤다. 실제로도 독한 성격인지.

김: 도영이처럼은 못산다. 하지만 나에게도 독한 면이 있을 것이다. 사람은 자극을 받으면 독해진다. 여자 연기자가 17년 동안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녹록한 일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 독해져야 한다. 연기는 무엇보다 자신을 깨야 하는 작업이다. 독하지 않고 연기를 잘한다는 것은 힘이 든다.

착한 나: 도대체 눈물 연기할 때 어떤 생각을 하나.

김: 이전에도 무수히 많은 작품 속에서 울어왔지만 그 캐릭터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왔다. 눈물 연기에 기교는 있지만 배우에게 캐릭터에 대한 출발은 연민이다. 도영이가 악역이었지만 가슴을 아프게 했기에 눈물이 흐른다.

독한 연: 도영과 지영의 대결구도가 생생했다. 실제 이하나와도 별로 안 친할 것 같다.

김: 하나와는 나이 차이도 많아 현장에서 친구처럼 미주알 고주알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지나가면서 ‘힘을 빼고 연기해라’,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라는 나름의 조언을 해주는 사이다. 지영이 역할이 녹록치 않아 속으로 많이 부대끼고 힘들었을 것이다. 당연한 것이고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착한 나: 도영과 연하남 동우의 로맨스를 보면서 설6다. 실제로는 어땠나.

김: 일단 정겨운 씨와 나이 차이가 많아 나란히 섰을 때 우스워 보일까 걱정이 컸다. 작품이 잘 되니까 잘 넘어간 것 같다. 극중 동우는 우리 스타일리스트도 홀딱 빠졌다. 만약 연상녀의 로망으로 똘똘 뭉친 연하남이 나타난다면 약혼자가 있어도 흔들릴 것 같다. 나한테만 잘하는 부드럽고 따뜻한 남자가 있는데, 어느 여자가 안 흔들리겠는가? 실제로 남자친구가 있다고 해도 흔들릴 것이다.

독한 연: 블로그에 공개한 사진을 기사화하는 것에 강하게 반감을 드러냈다. 그러면 뭐 하러 블로그에 사진을 올렸나.

김: 스크린 쿼터 문제가 불거질 때 블로그에 ‘미국이란 나라가 진짜 싫다’고 단순하게 썼다. 그 후 ‘김지수, 미국이 진짜 싫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나갔다. 그때 정말 짜증이 났다. 블로그를 닫아버릴까도 생각하다가 팬들이 행복하게 공유하는 공간이고, 감동 어린 글에 내가 힘을 얻는 곳이라 폐쇄할 수 없었다.

착한 나: 다작을 안 하는 이유가 있나.

김: 그렇게 많이 할 것도 없다.(웃음) 이젠 작품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릴 때는 많이 실패해도 용서가 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내 나이 또래의 여배우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나의 경쟁자가 아니다. 함께 열심히 한 덕에 예전에 비해 여배우들의 활동 연령이 길어졌다. 40대가 되어도 깊어진 연기로 한 작품의 당당한 주연으로 저력을 발휘하는 여배우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독한 연: 요즘 여배우들의 몸 사리지 않는 연기가 화제다. 김지수는 오연수처럼 비키니 연기 가능하겠나.

김: 절대, 절대 못한다. 요즘엔 비주얼적으로 훌륭한 여배우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그들과 미모와 몸매를 경쟁할 수 없다. 어쩌면 나에겐 연기 밖에 승부처가 없는 것 같다.(웃음)

착한 나: 피부가 정말 하얗다.

김: 여배우들은 땀구멍 하나까지 나오는 HDTV(고화질 텔레비젼)를 저주한다. 피부도 예전 같지 않다. 요즘엔 재생이 안 된다. 피부과 다니는 돈이 너무 아까워 자제하는데 열심히 다녀야겠다. 촬영 막판 나흘 밤을 여관에서 씻고 쪽잠 자고, 다시 그 위에 메이크업하고 앰블런스 신을 찍으면서 토가 나올 지경이었다. 수면부족과 더위, 덧칠 화장에 시달리는 여배우들의 뾰루지와 주름을 이해해 달라.(웃음)

착한 나: 몸매 관리 비결도 알려 달라.

김: ‘태양의 여자’를 찍으면서 3kg이 더 빠졌다. 일을 하면 더 빠지는 편이다. 여름이면 웨이크 보드 등 활동적인 취미를 즐기는 편인데 일단 많이 먹고 쉬어서 몸을 만들 생각이다.

독한 연: 제작발표회 때 김주혁과의 결혼에 대해 질문을 하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연예 프로그램에 나와서 먼저 얘기를 꺼냈다. 왜 그랬나. 그리고 김주혁과의 결혼은 언제쯤 할 생각인가.

김: 내 결혼에 그렇게 많은 관심이 있는지 몰랐다. 오랫동안 연애를 하니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 결혼은 각자의 때가 있는 것 같다. 할 때 되면 공개적으로 말하겠다. 김주혁 씨는 ‘태양의 여자’ 왕 팬이다. 제가 대본을 받으면 전화로 다음 회 줄거리를 물어온다. 주혁 씨도 이제 새 드라마 때문에 바빠질 것 같다.

착한 나: 드라마 끝나고 일정은.

김: 아직 예정된 작품은 없다. 4일부터 발리로 화보 촬영을 떠난다. 휴식을 겸한 일정으로 심신의 피로를 풀고 올 예정이다.

이유나 기자 lyn@donga.com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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