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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17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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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가지 중대 오역 - 특정인 인터뷰 등 지적
광우병 보도 과장-왜곡논란 사실상 종지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16일 MBC PD수첩에 대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은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다뤘던 PD수첩의 과장 왜곡 논란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이로써 두 달이 넘게 이어졌던 촛불시위의 기폭제가 됐던 ‘PD수첩’은 사실을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왜곡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은 프로그램으로 결론이 났다.
방통심의위는 이날 4월 29일과 5월 13일 방영된 PD수첩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이대로 안전한가 1, 2편’에 대해 △휴메인 소사이어티 동물학대 동영상과 광우병 의심환자 사망 소식을 다루면서 6가지 오역이 있었으며 △진행자가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 걸린 소’로 단정하는 표현을 하고 △한국인의 인간광우병 발병 확률이 94%라고 과장한 점 등이 ‘객관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방통심의위는 △미국 도축장 시스템 등에 대해 미국 소비자연맹이나 휴메인 소사이어티 관계자 등 특정 의견을 가진 관계자만 인터뷰해 공정성을 위반했으며 △오보에 대해 지체 없이 정정 방송을 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했다.
방통심의위가 지적한 이 문제점들은 당초 PD수첩의 의도적 오역 및 왜곡 논란을 제기한 번역가 정지민 씨를 비롯해 인터넷 등에서 논란이 되어 왔다.
농림수산식품부 당국자는 “그동안 PD수첩의 방송 내용이 국민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한 한 원인이 됐던 만큼 방통심의위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우룡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을 과장, 왜곡 보도할 경우 국민의 심리적 공황상태를 불러올 우려가 있기 때문에 더욱 취재원칙을 준수했어야 했다”며 “PD수첩은 언론의 윤리적 차원에서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으며, 정부와 국민의 신뢰 문제, 국력 낭비 등 상당한 사회적 손실을 가져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과도한 연출 등으로 잦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PD저널리즘’의 문제점도 다시 한번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PD저널리즘’은 사실보다 관점이나 입장을 앞세운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황근 선문대 신방과 교수는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방송이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뉴스 보도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특정한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대안으로 내세웠던 것이 ‘미디어비평’ ‘PD수첩’과 같은 PD저널리즘이었다”며 “이들은 목적이 정당하다면 사소한 실수는 괜찮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PD저널리즘’에 대해 다시 한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BC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MBC는 6월 말 PD수첩 공동번역자인 정지민 씨가 의도적 왜곡 논란을 제기한 이후부터 ‘9시 뉴스데스크’를 비롯해 전체 채널 시청률이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MBC 관계자는 “방통심의위의 시청자 사과 문안을 받아 보고 내일 중으로 받아들일지, 재심 청구를 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방통심의위가 PD수첩에 대해 객관성과 공정성에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고 결론을 내린 만큼 MBC 측이 검찰 수사에도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며 “MBC 측은 조기에 수사를 종결하기 위해 자료 제출에도 적극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심의결정 나오기까지
의견진술 2시간반… 비공개 회의 4시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16일 내린 MBC ‘PD수첩’에 대한 ‘시청자 사과’ 결정은 무려 7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나온 것이다.
방통심의위 전체회의는 이날 오후 3시경 시작돼 KBS ‘뉴스 9’ 등에 대한 주의 조치를 의결한 뒤 오후 4시 반경 PD수첩 심의에 들어갔다. 엄주웅 이윤덕 백미숙 위원 등 야권이 추천한 세 위원은 PD수첩 심의가 시작되기 전에 “이전 회의에서 PD수첩에 대한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퇴장했다.
박명진 위원장 등 6명의 위원은 더는 미룰 수 없다며 제작진 의견진술 절차에 들어갔다. 정호식 MBC 시사교양국장은 “세세하게 살펴보되 큰 부분에 관심을 갖고 심의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의견진술 과정에서는 심의위원들과 MBC 측이 정중한 말투를 유지했으나 때로 날선 표현들이 오가기도 했다.
위원들은 “PD수첩이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화면 편집과 과장된 발언을 통해 국민들에게 광우병 공포를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PD수첩의 조능희 책임PD는 “우리 프로그램이 국민들의 이성적 판단을 막고 호도했다는 것이 칭찬(그만큼 영향력이 컸다는 의미)인지 비난인지…”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PD수첩 측에 “비판을 하든 뭘 하든 공정성을 지키면 된다. 그러면 방통심의위는 지원기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견진술 절차는 오후 7시경 끝났으나 제재 여부를 결정한 것은 그로부터 4시간이 지난 오후 11시 반경이었다. 의견진술 절차가 끝난 뒤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나 위원들은 회의장 밖으로 한 걸음도 나오지 않았다. 징계 수위를 결정한 뒤 문안을 조정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