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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4일 0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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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뮤지컬이라는 장르 속으로 심하게 빠지게 되었으니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 어찌되었든 그 배우를 통해 내 미래 설계도가 조금 바뀌게 되었으니 ‘어머! 그 배우는 내 인생에 정말 중요한 사람인 건가!?’
하지만 고백할 것이 하나 더 있다.
그런 배우가 단 한 명은 아니라는 것. 손꼽아 보니 좋다고 이야기하는 배우가 열 명은 되는 것 같고 한국 뿐 아니라 외국 배우도 있다. 첫 번째로 내 눈에 띤 뮤지컬 배우는 지금은 TV 드라마에서도 꽤 눈에 띄는 ‘김다현’이다. 예전에 회사를 다닐 땐 정말 삭막하게도 설 연휴마다 일을 하러 나갔다. 기왕 출근했는데 그냥 집에 들어가기 싫어 연휴에 하는 공연을 찾다 보러 간 뮤지컬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었다. 무대 위에선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수려한 외모의 꽃미남이 걸어 나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이렇게 쓰다 보니 왠지 운명 같은 느낌이 살짝 드는 거 같지만…)
그 재미 없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이렇게 애잔한 느낌이 들 수도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꽃미남 배우를 찾았다. 그렇다. 나는 사실 꽃미남을 좋아한다.
하지만 ‘김다현’이라는 배우를 처음에 좋아했던 건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였을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점들이 눈에 계속 들어왔다. 고운 목소리, 섬세한 손놀림, 감성이 느껴지던 다양한 표정. 그리고 너무 예쁘게 우는 눈매. 신인이던 배우가 점점 자신의 위치를 넓혀 성장해가는 모습. 그게 정말 다 좋았다.
그 절정은 2005년 뮤지컬계를 강타했던 ‘헤드윅’이었다. 4명의 헤드윅이 자신 만의 헤드윅을 만들어가던 그 작품에서 ‘다드윅’이라고 불리곤 했던 ‘김다현’은 정말 지금이라도 다시 공연장에 뛰어 갈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물론 ‘헤드윅’이라는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장점도 좋다. 올해도 ‘헤드윅’은 우릴 찾아온다! 무한 기대 중!)
얼마 전 ‘라디오 스타’라는 창작 뮤지컬의 ‘최곤’으로 나왔던 ‘김다현’을 본 것이 가장 최근의 뮤지컬 배우로서의 모습이다.
TV드라마에서 보는 모습도 좋지만 이상하게 생생한 현장감이 있는, 오늘이 지나면 다시 오지 않을 무대의 ‘김다현’을 나는 더 좋아한다. 내 인생의 전환점의 계기가 된 이 배우가 어디서든 무한성장하길 꿈꾼다.
그리고 뮤지컬을 보는 내 눈도 스팩트럼이 꾸준히 넓어지길 바란다.
정 영 진
공연이 좋아 방송국도 그만두고
공부에 올인하는 연극학도
공연이라면 먼 거리라도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