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리 이후… 흥행배우 될 것 같은 느낌”

  • 입력 200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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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영화사 윤앤준
사진 제공 영화사 윤앤준
■ ‘세븐데이즈’로 충무로에 선 할리우드 배우 김윤진

《유괴범과 7일간의 협상. 14일 개봉하는 영화 ‘세븐데이즈’는 여느 유괴 영화와는 확연히 다르다. 아이를 유괴당하고 어찌할 바 모르며 엉엉 오열하기만 하던 엄마(‘그놈 목소리’)의 모습도, 범인을 용서할까 말까 번민하는 엄마(‘밀양’)의 모습도 없다. 아이를 인질로 잡고 살인범을 7일 안에 무죄 석방시키라는 유괴범의 요구에 고군분투하는 강인한 엄마 유지연은 분명 한국 영화의 새로운 캐릭터다. 》

○ 김윤진 in 충무로

“‘밀양’은 일부러 안 봤어요.”

올해는 유달리 유괴를 다룬 영화가 많이 나와 캐릭터 연구를 위해 봤겠지 싶었는데 대답은 의외로 ‘노(no)’였다.

“초조해질 것 같았어요. 영화를 보고 나면 ‘나도 최소한 저 정도는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촬영 후에야 봤어요. 또 전도연, 이창동의 영화라면 리얼리스틱하고 예술이겠지만 우리는 스릴러에 장르영화니까 서로 다른 ‘동물’이라고 생각했어요.”

30대 중반의 독신인 그에게 8세 딸을 둔, 게다가 딸을 유괴당하는 엄마 역할은 새로운 세계였다.


▲ 동영상 촬영 : 유성운 기자

“간접적으로도 겪어 보지 못한 엄청난 일이다 보니 정말 상상에 맡겨야 했죠. 만약 내 소중한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어머니를 상상해도 가슴이 뛰는데 딸이라면 얼마나 가슴이 뛰고 고통스러울까 싶었죠. 그런데 아이가 납치된 엄마 역할인데도 슬픔이나 눈물 표현을 절제하는 부분이 많아 답답했어요.”

‘쉬리’로 화려하게 영화에 데뷔하며 주목받았지만 이후 ‘단적비연수’, ‘아이언 팜’, ‘예스터데이’ ‘밀애’ 등 출연 영화는 번번이 흥행이 저조했다. 하지만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면서 그는 어느새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꼽히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성공한 후 첫 한국 영화 출연작인 ‘세븐데이즈’는 그의 야심작이다.

“그동안 영화들을 잘못 선택했다는 생각은 안 했고 ‘쉬리’ 같은 영화가 나오기 어려웠던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번 영화는 대본이 탄탄하고 진행이 빠른 데다 요즘 유행하는 ‘미드(미국 드라마)’나 할리우드의 느낌이 있어서 흥행적으로 조금 욕심을 부려도 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기대를 해요.”

○ 김윤진 in 할리우드

그에게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묻자 역시 미국의 인기 드라마 ‘로스트’라고 대답했다. ‘월드스타’의 칭호도 얻게 되고 작품 규모도 컸지만 무엇보다도 “미국으로 활동무대를 옮기면서 같이 출발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서 ‘한국’을 대표한다는 팬들의 기대는 고마움도 있지만 부담도 만만치 않다. 관심이 높은 만큼 ‘로스트’에 대해 ‘한국 장면들이 현실적이지 못하다’, ‘한국 문화를 비하한다’ 등 비판도 많기 때문.

“(팬들에게) 많이 혼나죠. 가령 ‘진수성찬’이라는 콘셉트가 나오면 제가 ‘식탁을 어떻게 차려야 한다’고 조언하고 여권 색깔도 바꾸는 등 현장에서 토론도 하고 제가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은 고치는데 서울이 나오는 장면의 컴퓨터그래픽(CG)이 일본풍으로 들어갔다든지 한 것은 제가 어쩔 수가 없어요. 연기자니까 할 수 있는 한계가 있는데 너무 많은 걸 바라시는 건 아닌가 싶을 때도 있고….”

현재 네 번째 시즌을 찍고 있는 ‘로스트’ 이후 그에게 들어온 시나리오는 수없이 많다.

“다음 단계가 정말 중요한데 ‘로스트’ 인기가 좋다 보니 제 이미지가 부드러우면서 슬픔을 담고 있는 ‘서니’로만 굳어져 고민이에요. 미국에서는 조디 포스터처럼 강인하고 섹시하고 활발한 여자들이 중요 배역인데 저는 항상 사이드에서 울고만 있고…. 반대로 한국에서 중요한 배역은 여성의 섬세한 감정 표현을 요구하는데 저한테는 강한 캐릭터만 들어오고…. 서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웃음)”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세븐데이즈’

변호사 엄마와 딸 유괴범의 숨가쁜 대결

변호사 유지연(김윤진)은 승률 99%를 자랑하는 특급 변호사. ‘빵점 엄마’ 노릇을 만회하려고 딸 학교 운동회의 달리기에 나가 약속대로 1등을 하지만 어느새 딸은 사라지고 이때 걸려온 전화.

“딸을 살리고 싶으면 7일 내에 살인범 장철진을 빼내라.” 장철진은 20대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유사 전과 5범. 이때부터 딸을 살리기 위한 엄마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기존 한국 유괴 영화와 달리 범인과 강인하게 맞서 싸우는 모성을 다룬 설정이나 박진감 넘치고 빠른 사건 전개는 김윤진이 향후 롤 모델로 꼽은 조디 포스터의 영화 ‘플라이트 플랜’을 떠올릴 법하다.

거듭되는 반전과 새로운 단서들을 만들어 내는 치밀한 부검, 핏자국을 재현해 내는 약품 등 첨단 과학 수사 기법까지 등장해 마치 ‘CSI 시리즈’처럼 잘 짜여진 최신 ‘미드’ 같다. 여기에 악동 형사 ‘김성열’ 역의 박희순이나, 뒷골목 건달 두목 ‘오사장’ 역의 신현종 등 핵심 조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잘 어우러졌다.

극 초반은 그럴듯하게 전개되다가 후반부가 아쉬웠던 한국 스릴러의 고질병을 이겨낸 수작. 마지막 5분 전까지도 영화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전개 구조는 관객들에게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18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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