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쌍의 굴욕 “10년간 이렇게 힘든 무대는 처음”

“10년 동안 활동하면서 이렇게 힘겨운 무대는 처음 겪어봅니다.”

힙합 듀오 리쌍이 ‘함성없는 관객’ 때문에 굴욕을 겪었다.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동 선상카페 프라디아에서 열린 ‘아디다스 골프 가을겨울 컬렉션’ 현장. 아디다스 관계자 및 골프 담당 미디어와 ‘미녀들의 수다’의 쑨야오와 디나가 메인모델로 서는 것을 취재하기 위해 연예부 취재진 등 수십여명이 관객들 사이에 자리했다.

행사에 앞서 리쌍이 무대에 올라 ‘리쌍부르스’를 부르자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스탠딩 형식의 뷔페로 식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

몇몇 취재진은 “리허설 아니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으나 ‘진짜’ 공연이었다. 리쌍은 “이렇게 호응이 없는 공연은 처음”이라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지며 2곡을 더 불렀다.

미디어 행사 특성상 취재진의 절반 이상이 카메라를 들었기 때문에 큰 박수가 나오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

마침 리쌍이 부른 두 번재 노래 제목은 ‘내가 웃는 게 아니야’. 아이러니컬하게 리쌍의 속내를 담아낸 노래가 됐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를 외친 리쌍의 길은 “10년 동안 활동하면서 이렇게 힘겨운 무대는 처음 겪어봅니다”라며 “이어지는 패션쇼와 경품 추첨 행사 등이 있습니다. 저희는 기억 속에서 지워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마지막 곡인 ‘발레리노’에서는 그나마 호응이 쏟아졌지만 평소 리쌍의 공연과 비교해보면 안타까운 수준이었다.

이날 행사의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2030 젊은 골퍼를 타겟으로 한 행사라 젊은 층에게 인기있는 리쌍을 아디다스 측에서 섭외했다”면서 “식사를 하면서 즐기는 서구식 스탠딩 공연이 우리 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동아 정기철 기자 tom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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