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윤종]또 조작방송… ‘죄송합니다’ 한마디면 끝?

  • 입력 2007년 3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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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조작으로) 시청자를 우롱해 놓고 달랑 글 하나 올려서 ‘사죄합니다’ 하면 끝나는 건가요?”(누리꾼 이주헌)

SBS ‘잘 살아보세’(수요일 오후 7시 5분)가 9일 인터넷 게시판에 연출 조작 논란을 일으킨 것을 사과한다는 글을 올린 데 대한 시청자 반응이다. 시청자들을 출연시켜 집안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이 프로그램은 7일 ‘소문난 딸부잣집, 무늬만 부자더라’라는 제목으로 화가 가족의 사연을 방영했다. 내용인즉, 한 달 수입이 200만 원인 62세 아버지 밑에서 성인이 된 네 자매가 미술 공부를 하며 ‘백수’로 살아가는 상황을 전하고 이들에게 종자돈 만드는 방법 등을 소개한 것이다. 딸들의 나이는 25∼35세.

방영 이후 게시판에는 “30세 넘는 딸들이 제정신이냐” “부모를 모시기는커녕 고생만 시키다니” 등 비난 의견이 이어지자, 결국 둘째딸이 “제작진이 방송만을 위해 (우리 사연을) 허구로 만들었다”며 조작 사실을 폭로했다. 그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생하다가 최근 형편이 나아져 부모의 동의 아래 미술을 공부하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우리를 ‘한심한 백조’로만 묘사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 외주 제작사인 캔디엔터테인먼트는 9일 게시판에 “부모의 관점에서 프로그램을 구성하다 보니 딸들의 상황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현실을 극단적으로 묘사했다”며 사과했다.

이번 일은 출연자 가족이 제작사의 사과를 받아들여 게시판 글을 삭제하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시청자 출연 프로그램들이 ‘연출 조작’의 가능성에 늘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 KBS 1TV ‘아침마당’과 MBC 시사프로그램 ‘생방송 오늘 아침’도 연출 조작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나 해당 방송사들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SBS 외주제작팀의 관계자도 “외부제작 프로그램은 사전 시사를 많이 해야 하는데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는 데다 여유가 없어 예방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방송사 게시판에는 이 같은 태도를 일갈하는 시청자들의 따끔한 말이 올라 있다.

“문제는 시청자를 속인다는 점에 죄의식이 없는 것입니다. 제작상 여러 가지 문제로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과인가요?”(오현정)

김윤종 문화부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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