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우성-송강호 ‘1천만 배우들의 겸손함’

  • 입력 2007년 3월 7일 1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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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 속에 개봉한 적 없어 편해요."(감우성)

"많은 관객과 만날 생각은 애초 접었습니다."(송강호)

지난해 1천만 관객몰이에 성공하며 충무로의 역사를 연거푸 갈아치운 화제작 '왕의 남자'와 '괴물'. 영화 흥행에 견인차 노릇을 한 주연배우 감우성과 송강호가 신작 공개를 앞두고 흥행에 있어 겸손함을 비쳐 눈길을 끈다.

지난 6일 열린 영화 '쏜다'(감독 박정우, 제작 시오필름)의 시사회에서 김수로와 투톱 주연을 맡은 감우성은 "그동안 몇편 안했지만 제 영화가 큰 기대 속에 개봉한 적 없어 마음은 편하다"며 "웬만한 할리우드 영화보다는 우리 영화가 낫다"고 말했다.

이보다 하루 앞선 5일 영화 '우아한 세계'(감독 한재림, 제작 루씨필름)의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타이틀롤 송강호도 이와 비슷한 뉘앙스로 소감을 밝혔다. "애초 많은 관객과 만날 생각을 접고 시작했다"며 흥행 넘버원 '괴물'의 슈퍼 히어로 답지 않은 조심스러운 답변을 내놓은 것.

브라운관에서 인기를 누리다 2001년 현실적 묘사가 돋보인 유하 감독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로 스크린에 입성, 2004년 심리 공포 '알 포인트'(감독 공수창)와 실험적 미학 '거미숲'(감독 송일곤)에 이르기까지 감우성은 예술 영화 감독들이 선호하는 엘리트과로 분류됐다. 흥행이나 상복에 있어 '마이너' 판정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잠시 쉬어가고 싶다"던 감우성은 고정된 이미지를 깨고 이듬해 코믹 전문 김수로와 '막무가내' 코미디 '간 큰 가족'을 선택한다. 이후 어깨의 힘을 뺀 감우성은 웰메이드 사극 '왕의 남자'(2006)의 불꽃 튀는 연기로 누구도 예상 못한 '대박'을 터트리며 이른 바 '메이저'에 편입됐다.

현재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중인 감우성의 성공 비결은 '정도'(正道). '연기에 충실한다'는 뚜렷한 신념 하에 카메라 앞에선 최선을 다하되 방송 출연 등 영화 외적 홍보는 자제하며 나름의 선을 지킨다. 그리고 오는 14일 개봉하는 '쏜다'에서 하룻밤 일탈을 경험하는 바른생활 맨 '박만수'로 분한 감우성은 기본기 하나만으로 다시 한번 심판대에 오른다.

연극 무대 출신으로 '넘버 3'(1997)의 감칠맛 나는 조연을 비롯, '공동경비구역 JSA'(2000)와 '반칙왕'(2000)을 통한 주연 신고식을 거쳐 '살인의 추억'(2003)과 '괴물'(2006)의 선굵은 연기로 '주류' 배우로서 확실하게 입지를 다진 송강호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 외적 장치보다 실력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하며 관객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쌓은 것. 그의 선택은 일종의 '믿음'으로, '송강호가 출연하면 무조건 본다'는 흥행불패의 티켓파워를 형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송강호는 "감독을 잘 만났을 뿐 난 행운아"라며 '탁월한' 안목을 극구 부인한다. 또한 '흥행 욕심을 비웠다'는 염려와 달리 직업이 조폭인 40대 가장의 이야기 '우아한 세계'는 4월 개봉 영화 가운데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히며 벌써부터 영화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했던가.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겸허하게 하늘의 뜻을 기다렸기에 관객들도 이들을 버리지 않고 '1천만 배우'라는 수식어를 선물했다. 과연 전통적으로 비수기인 3~4월, 감우성의 '쏜다'와 송강호의 '우아한 세계'가 유달리 궁핍한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충무로에 단비가 될 수 있을까.

이지영 스포츠동아 기자 garumil@donga.com

[화보]송강호 주연 영화 ‘우아한 세계’ 제작보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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