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의 튀는 상상력+강우석의 리얼리즘=탄탄해진 대·중·성

  • 입력 2006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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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감독의 기발함과 강우석 감독의 리얼리즘이 만난 영화 ‘거룩한 계보’. 사진 제공 필름있수다
장진 감독의 기발함과 강우석 감독의 리얼리즘이 만난 영화 ‘거룩한 계보’. 사진 제공 필름있수다
“대중적으로 변했다.” “그래도 스타일은 살아있다.”

16일 개봉된 장진 감독의 영화 ‘거룩한 계보’를 보고 나온 관객들의 갑론을박이다. ‘박수칠 때 떠나라’ ‘아는 여자’ ‘킬러들의 수다’ 등을 통해 독특한 상상력과 현실에서는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우연들로 이른바 ‘장진 스타일’을 구축한 그는 진짜 변했을까?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이 영화는 장 감독이 강우석 감독과 함께 설립한 영화사(KnJ)에서 제작한 두 번째 영화이며, KnJ를 통해 선보인 장 감독의 첫 작품. 영화 첫 부분에는 ‘기획 강우석’이란 자막이 뜨는데, 과연 장진의 기발함 속에 강우석의 DNA는 얼마나 녹아 있을까.

장 감독이 애초에 기획한 엔딩은 ‘장진 스타일’에 충실하다. 동치성(정재영)과 두목 김영희(민지환)의 대치 상황에서 치성이 두목 차의 앞 유리를 각목으로 내려치자 에어백이 터져 두목이 쇼크사한다는 것. 그러나 강 감독은 “관객들이 황당한 결론에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며 지금의 결말로 바뀌었다.

감옥에 갇힌 치성이 동료들과 탈옥을 하기 위해 땅굴을 파는 장면도 강 감독의 리얼리즘이 반영됐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죄수들이 땅굴을 파다 관을 발견하는데 그 안에 화려한 금관이 있는 것을 보고는 기뻐하는 내용이었으나 강 감독의 지적에 따라 영화에서는 빠졌다. 장 감독은 “리얼리즘의 측면에서 다소 과한 것 같아 강 감독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 과정에서도 강 감독의 리얼리즘 주장이 이어졌다. 편집 과정에서 강 감독이 “영화 후반부에서 주중이 두목에게 총을 쏘는데 영화 내내 무기력하다가 갑자기 그런 용기가 나올까?”라며 정준호에게 ‘깡’을 심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 그래서 두목의 실장에게 들이대거나 욕설을 하는 등 정준호의 캐릭터가 드러난 장면들이 추가됐다.

“영화는 관객을 힘들게 해선 안 된다”라는 강 감독의 말에 장 감독은 “이 영화는 제작 초기부터 대중성을 고려한 작품으로 강 감독은 내 단점을 많이 보완해주었다”면서도 “장진이 변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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