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보다 누리꾼이 더 무서워?…PD수첩 광고중단 우려

  • 입력 2005년 11월 28일 15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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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BC 홈페이지
출처 MBC 홈페이지
28일 오전 GS홀딩스의 광고 취소 결정을 내림으로써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팀의 ‘난자 의혹’을 방송한 MBC PD 수첩의 모든 광고가 중단됐다.

GS홀딩스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는 이미 지난 25일 다른 프로그램으로 광고를 옮기기로 결정했다”며 “누리꾼들의 항의 전화도 있었지만, PD수첩에 대한 여론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의 광고주가 광고계약을 취소한 것은 도가 넘쳤다’는 27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대통령의 발언 전에 구두로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에 광고 중지를 입장을 통보했다”며 “회사도 여러 가지로 난처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MBC TV의 광고를 담당하는 한국방송광고공사 관계자는 “GS홀딩스의 광고 취소로 PD수첩에 광고를 내보내는 모든 회사가 광고를 중단한 상태”라며 “가수 서태지의 립싱크를 보도한 모 방송사 연예프로그램에 대해 일부 팬들이 광고 중단 운동을 벌인 적은 있으나, 이처럼 일제히 광고가 중단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 대통령이 PD수첩 광고계약 취소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해서 마케팅 담당자들이 흔들릴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29일 PD수첩 방영분에 광고가 아예 없을지는 오후 3시쯤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아직까지는 새로 광고방영 의사를 밝힌 기업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다수 언론학자들은 정치 권력이 아닌 누리꾼이라는 소비자들이 언론의 자유를 뒤흔들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했다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한동섭(韓東燮) 한양대 교수는 “방송이 아무리 잘못됐다 해도 광고주를 통해 집단적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어른스럽지 못하다”며 “이견이 있다면 PD수첩에 직접 전화를 하거나, 온오프 시위를 벌이는 방법으로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유일상(柳一相) 건국대 교수는 “MBC와 민노당 등 진보세력에 대한 미움과 황우석이라는 스타급 과학자에 대한 지지가 결합돼 사회적인 집단 히스테리가 형성된 것”이라며 “언론 자유의 목을 조르는 무시무시한 집단 광기의 한 사례”라고 극단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성동규(成東圭) 중앙대 교수는 “새로운 형태의 여론 형성과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는 우려할 만 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지난 25일 PD수첩에 광고를 하던 우리은행 국민은행 메리츠화재 미래에셋그룹 HSBC 평안섬유 우림건설 신일건설 DHL 등 9개사가 누리꾼의 불매운동으로 다른 시간대로 광고를 옮겼다. 12월 6일부터 광고를 중단하기로 했던 한국캘러웨이도 29일부터 광고를 내보내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29일 1회 광고를 내보내기로 했던 현대 자동차도 이를 취소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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