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조사회사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상파 TV의 드라마, 가요, 만화 프로그램의 10, 20대 시청률이 크게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대 여성의 연간 TV 평균 시청률은 2000년 21.9%에서 2004년 13.6%로 떨어졌다.
▽드라마=지상파 TV에서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드라마는 20∼50대 여성이 선호하는 장르지만 2000년 전후로 시청자의 노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1999년 이후 방영된 드라마에서 20대 여성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적은 한번도 없다. 지난해 시청률 20%가 넘었던 드라마 15개 가운데 주 시청자층을 보면 50대 여성인 것이 8개로 가장 많았고 40대 여성 3개, 30대 여성 2개, 50대 남성 2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인기를 끈 드라마 중 전형적인 10대 취향으로 평가받은 KBS2 ‘풀하우스’를 가장 많이 본 시청자층은 의외로 40대 여성이었으며, 20대 취향인 MBC ‘불새’와 SBS ‘발리에서 생긴 일’ 역시 50대 여성이 가장 즐겨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시청률 조사가 처음 시작된 1992년 이후 1990년대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들은 20대 여성의 시청률이 높았다.
MBC ‘M’(1994년)과 ‘별은 내 가슴에’(1997년), SBS ‘미스터Q’(1998년) 등은 20대 여성의 시청률이 최고를 기록했다.
▽만화와 가요 순위 프로그램=초등학생이 많이 보는 지상파 3사의 만화 프로그램 연간 평균 시청률을 보면 1992년 13.2%, 1996년 12.2%로 1990년대에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2000년 들어 7.6%로 뚝 떨어진 뒤 지난해엔 5.1%에 그쳤다.
10대 청소년들이 주 시청자인 지상파 TV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 역시 갈수록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다.
1992년 지상파 TV 3사 가요프로그램의 시청률은 KBS2 ‘가요 톱10’ 13.5%, MBC ‘여러분의 인기가요’ 18.5%, SBS ‘SBS 인기가요’ 11.7%였지만 지난해엔 KBS2 ‘뮤직뱅크’ 4.8%, MBC ‘생방송 음악캠프’ 9.2%, SBS ‘SBS 인기가요’ 9.5%로 모두 10% 이하로 내려갔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은 케이블TV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원인=방송 전문가들은 10, 20대의 지상파 TV 시청률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인터넷이나 케이블TV 등 다른 매체로 눈을 돌렸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드라마의 주 시청자층인 20대 여성의 경우 방송 시간에 시청하지 않고 나중에 인터넷을 통해 다시 보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원인으로 풀이됐다.
SBS 운군일(雲君一) 드라마국장은 “최근 ‘아줌마’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많은 것은 시청자층 변화에 따른 현상”이라며 “지상파 TV는 30대 이상의 시청자를 잡아야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