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국장 人事 파격… 40代 중용

  • 입력 2005년 2월 28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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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최문순(崔文洵·49) 사장이 28일 본부장과 국장급에 대해 파격적 인사를 단행했다.

MBC는 이날 신종인(愼鍾寅·58) 부사장과 고석만(高錫晩·57) 제작본부장을 제외하고 다른 본부장과 국장급을 최 사장과 3년 안팎의 선후배들로 구성했다. 이날 인사에서 엄기영(嚴基永) 특임이사만 유임됐으며 나머지는 모두 교체됐다.

정흥보(鄭興寶·49) 보도본부장을 비롯한 본부장들은 대체로 무난한 성향의 인물인 반면 프로그램 제작 일선을 총지휘하는 국장급에는 최 사장과 오랫동안 ‘진보적 코드’를 맞춰온 인물들이 중용됐다. 이에 따라 보도와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이른바 ‘개혁’을 주장하는 논조를 강조하고 매체비평 프로그램의 언론 비판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진(申瑢眞·48) 보도국장은 MBC TV ‘뉴스투데이’(월∼토 오전 6시)의 칼럼 ‘신용진의 정치보기’에서 중도 진보적 색채의 논평을 해왔다.

정일윤(鄭鎰允·51) 보도제작국장은 MBC 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 출신으로 지난해 탄핵정국 때 MBC 보도가 편향성을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비이성적 언론관을 개탄함’이라는 반박 논평을 주도했다. 정 국장은 지난해 11월 사내 게시판에 최 사장 등 전(前) 노조전임자들과 함께 “MBC 뉴스가 보수화를 넘어 수구화되는데 책임을 지고 이긍희(李兢熙) 사장과 구본홍(具本弘) 보도본부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진용(崔震溶·47) 시사교양국장은 2002∼2004년 ‘PD수첩’을 맡아 ‘친일파는 살아있다’ ‘SOFA, 미군 범죄의 면죄부인가’ 등 진보적 내용의 프로그램들을 제작했다. 지난해 2월 방영된 ‘친일파…’에선 한나라당 최모, 김모 의원의 부친이 일제강점기 면장을 지냈다는 보도로 방송위원회 산하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처분을 받기도 했다.

홍보심의국장으로 임명된 정길화(鄭吉和·46) PD는 MBC TV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시리즈를 주도한 인물.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과오를 부각시키는 3부작을 내보내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를 견제한다는 시비에 휘말렸다.

그는 지난해 9월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족벌 언론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과거사 청산에 반대하기 때문에 과거사 청산과 언론개혁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손석희(孫石熙·49) 아나운서국장은 1992년 노조 파업 당시 쟁의대책위원으로 구속되는 등 노조와 밀접한 인연이 있다.

이 밖에 드라마국장엔 이은규(李殷珪·49) CP가 임명됐고 예능국장엔 ‘!느낌표’의 김영희(金榮希·45) PD가 차장에서 부장대우로 승진한 지 10일 만에 고속 승진했다.

MBC 노조는 이번 인사에 대해 성명을 내고 “(고석만 본부장은) 사장 공모 당시부터 부적절한 처신을 보인 인사인데 중용한 것은 유감”이라며 “MBC를 떠난 지 오래된 그가 달라진 구성원들의 정서를 수렴하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경영본부의 한 간부는 “실무진인 국장급에 진보 성향의 인사들을 대거 중용해 MBC의 프로그램이 앞으로 ‘진보 코드’로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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