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전문 문화채널' "보도프로 포함땐 설립취지 어긋나"

  • 입력 2004년 4월 29일 07시 00분


문화관광부가 추진 중인 외주전문 문화채널은 독립제작사가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방송사는 편성과 송출 기능만 수행하는 전문 채널이다.

문화부는 그동안 KBS 등 지상파 방송 3사의 방송시장 독과점 구조를 해소하고 독립제작사들이 제작한 프로그램의 방영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외주 채널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도기능을 가진 이 채널이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제4의 지상파라는 점에서 당초 설립취지를 벗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채널의 프로그램 제작비는 광고수익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케이블방송이나 위성방송 등 뉴미디어업계에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정부 입장 대변하는 지상파?=전문가들은 KBS MBC 등 공영방송의 편파 논란이 가시지 않는 시점에서 정부가 보도기능을 가진 또 하나의 지상파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동규(金東奎)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보도기능이 있어야 채널의 위상이 높아지고 광고수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보도 프로그램을 편성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그러나 지상파 신설이 정치적 의도로 해석되지 않으려면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위원회 김창현(金昌鉉) 정책총괄부장은 “독립제작사들이 만든 보도 프로그램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편성과 송출 기능만 갖는 채널이 보도기능을 갖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상파 독과점 해소라며 또 지상파를?=‘외주전문 문화채널 설립 타당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KBS 등 지상파 3사의 방송광고시장 점유율은 85.7%다. 보고서는 “지상파 3사가 외주 제작사에 대한 우월적 지위의 남용과 불공정 거래관행으로 방송영상산업의 균형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위 김 부장은 “지상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상파를 신설하는 것은 오히려 독과점 구조를 악화시키고 매체간 균형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위성방송이나 케이블 등 뉴미디어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파수 사용허가권을 가진 정보통신부 방송위성과 관계자는 “현재 지상파에 적합한 주파수는 남아있는 게 없다”며 “지상파 채널을 설립한다면서 정통부에 아직까지 협의 요청을 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원은?=문화부는 채널 설립에 필요한 322억원은 국고와 문화산업기금에서 각각 50억원, 방송발전기금 100억원, 문화콘텐츠 관련단체 출자금 122억원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프로그램 제작비는 광고로 충당하고 채널 운영 경비는 국고로 지원하게 된다.

황근(黃懃)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국영 케이블 채널인 KTV나 아리랑TV처럼 시청률이 낮아 광고 수익이 줄면 결국 공적 자금을 대거 투입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심각한 예산 압박을 받으면서도 지상파 채널을 유지한다면 전파와 예산 낭비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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