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는 29, 30일 밤 11시 자연다큐멘터리 ‘공존의 그늘’ 1, 2부를 방영한다. 이 작품은 멀게만 느껴지는 야생동물이 대부분 사람들 가까이 살고 있으며 인간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준 PD는 “외국과 달리 행정당국이 동물에 의한 피해를 보상해주지 않아 농민과 동물이 직접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지난해 2월부터 올 3월까지 강릉의 이 농장(1부)과 강원 정선군 정선읍 일대 고랭지 채소밭(2부)의 사계절을 카메라에 담았다. 야생동물이 대부분 야행성인 데다 100m 밖에서도 사람 냄새를 맡을 정도로 후각이 예민해 촬영은 쉽지 않았다.
1부 ‘사라져가는 이야기’는 닭 농장과 육식동물들 사이에 벌어지는 극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작진은 야간 촬영 시 선명한 화면을 얻기 위해 적외선 조명장치를 직접 만들어 설치했고, 야생동물이 닭을 낚아채는 순간을 근접 촬영해 생생함을 더했다. 여러 차례 되풀이되는 닭 사냥 장면은 약육강식의 자연법칙을 실감케 한다.
그러나 포식자들이 늘 강자(强者)는 아니었다. 표독하다고 알려진 삵은 사람이 놓은 덫에 걸려 한쪽 발을 잃은 뒤 마치 풀 죽은 듯 닭장 안의 쥐들만 쫓는다. 역시 덫 때문에 한쪽 발을 잃은 너구리도 만만한 닭들에만 의존해 연명한다. 호기심 많은 족제비는 차에 치여 목숨을 잃는다.
2부 ‘인간의 땅, 야생의 영역’은 배추밭에서 배추모종을 놓고 벌어지는 초식동물과 인간사이의 신경전을 그렸다. 1부에서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반영해, 보다 폭넓은 시각으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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