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선우/미묘한 시기 'KBS 내부비판'

  • 입력 2004년 2월 11일 1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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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갈등의 당사자가 되지 말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과 화해에 기여하는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KBS 강동순(姜東淳) 감사가 이달 초 자사의 신입예비사원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KBS 개혁프로그램들이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으며 사회갈등을 초래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강 감사의 발언은 지난해 4월 말 정연주(鄭淵珠) 사장 취임 이래 계속되고 있는 ‘KBS의 형평성 논란’을 되짚은 것이다. 이른바 개혁프로그램으로 불리는 ‘한국사회를 말한다’는 지난해 9월 ‘송두율 논란’을 초래해 국정감사장에서 정 사장이 사과했고 ‘미디어 포커스’는 특정 언론을 집중 비판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정 사장은 11일 강 감사의 발언에 대해 “사내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프로그램의 제작 방향은 제작진이 알아서 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얘기만 되풀이했다.

‘미디어 포커스’의 한 PD는 “방송프로그램은 사회의 다양한 관점과 문제를 두루 다뤄야 하기 때문에 ‘한국사회를 말한다’ 등에 대한 강 감사의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KBS 내에선 강 감사의 지적에 동의하는 견해가 많다.

KBS의 한 이사는 “강 감사가 필요한 말을 했다며 반기는 이들이 많다”며 “KBS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특정 이념을 포장해 시청자들을 세뇌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보도국의 한 간부도 “일부 프로그램이 한쪽 방향으로 쏠리는 것에 대한 비판 의견 중 하나겠지만 이 같은 내부 지적이 되풀이되고 있음을 이젠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강 감사의 발언은 직책상 사내 2인자라는 점과 총선을 불과 두 달 남짓 앞둔 시점이란 점에서 무게가 각별하다. 노무현(盧武鉉) 정부에 코드를 맞추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KBS가 과연 이번 총선에서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켜낼지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KBS에서 31년 동안 재직해 온 KBS맨 강 감사의 ‘쓴소리’가 한국 공영방송이 제자리를 찾는 데 ‘보약’이 되기 바란다.

김선우 문화부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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