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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월 13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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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있어 오른다는 산악인의 말처럼 ‘한번 괜찮은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배우와 감독의 사심없는 의지와 숨결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여성감독 김은숙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이 작품은 적지 않은 미덕을 갖고 있다. 국내 최초의 산악 멜로영화로 캐나다 해외로케 등을 통해 촬영된 산악 장면은 한국 영화로는 드문 스펙터클을 제공한다.
영화는 두 남자의 한 여자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담고 있다.
중현(이성재)과 우성(송승헌)은 알래스카 아시아크 등반 도중 조난을 당하고 중현은 다리에 심한 부상까지 입는다. 두 사람은 얼음 동굴 속에서 잠들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기억을 더듬으며 각자 사랑의 추억을 떠올린다. 어느 순간 두 남자는 그들이 얘기하고 있는 여인이 경민(김하늘)임을 깨닫게 된다.
이 작품은 조난당한 현재를 축으로 과거에 있었던 두 남자와 경민의 만남을 수시로 오가며 아련한 사랑의 기억을 전달한다.
‘빙우’가 통속적인 멜로의 틀을 피해간 것은 이 작품의 미덕이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약점이다. 통속성이라는 ‘작은 함정’에서는 벗어났지만 관객과의 의사소통 실패라는 ‘더 큰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다. 두 남자를 중심으로 한 화면의 반복적이고 상투적인 교차 편집은 인물에 몰입되는 것을 방해한다.
영화는 여러 미덕에도 불구하고 ‘산은 산이요, 멜로는 멜로’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겉돌고 말았다.
순수제작비 45억원과 이성재 송승헌 김하늘 등 수준급 캐스팅을 감안할 때 영화는 좀 더 힘이 있어야 했다. 맑고 착한 것만으로 거친 ‘흥행의 산’을 오르기는 힘들다. 1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 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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