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솔직한 보이스 예쁘죠…수애-박정아-황보 목소리 인기

  • 입력 2003년 11월 27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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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연예인들의 ‘꾀꼬리 같은 목소리’는 이제 옛말이다. 이전 기준대로라면 ‘방송 부적합’ 판정을 받을 여성들의 목소리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개그우먼 박경림이 ‘듣기 짜증스러울 정도의 탁성(濁聲)’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오락프로그램에서 주목받음으로써 ‘여성 목소리 파괴’의 원조가 됐지만 최근에는 이와 유사한 현상이 연예계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여성 목소리 파괴’의 주인공들은 MBC 주말극 ‘회전목마’의 주연 탤런트 수애, KBS2 ‘뮤직뱅크’와 MBC ‘타임머신’ 등 3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가수 박정아, SBS ‘최수종 쇼’의 보조 진행자인 가수 황보 등이다.


수애는 2월 MBC ‘러브레터’ 이후 계속 ‘비련의 여주인공’ 역을 맡고 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와 ‘비련’은 부조화이지만 시청자들은 별다른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회전목마’의 유재혁 PD는 “수애의 목소리는 애써 꾸미지 않는 솔직함이 느껴져 호소력이 있다”며 “수애의 연기가 그런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아는 댄스그룹 ‘쥬얼리’의 리더이긴 해도 목소리가 거칠고 허스키하다. 그도 “내 목소리는 거친 록 음악에 어울린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박정아의 목소리에서 풍기는 솔직함과 털털한 이미지가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밝게 한다”고 말한다.

‘샤크라’의 리드 보컬 가수 황보도 보이시하고 두터운 목소리를 지녔다. 힘 있는 목소리대로 ‘터프 걸’로 통하면서 오락 프로그램의 감초 역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런 목소리는 그의 거침없는 행동과 조화를 이루면서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는 평이다.

MBC ‘코미디하우스’에서 ‘라이브의 여왕’ 코너를 진행하는 개그우먼 김미연은 아예 음치 수준의 목소리임에도 노래하고 춤추며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는 예전 같으면 ‘방송 부적합’이다. 톱 탤런트 최진실도 1988년 데뷔할 당시 목소리 콤플렉스가 있었다. 최진실이 90년대 초 TV CF에서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죠”라고 말하며 스타덤에 올랐을 때도 목소리는 성우 권희덕씨가 ‘대행’했다.

‘여성 목소리 파괴 현상’에 대해 음성공학자인 숭실대 배명진 교수(정보통신전자공학부)는 “꽃미남 꽃미녀가 지고 ‘개성 있는 얼굴’이 뜨는 현상과 유사하다”며 “이런 목소리는 기대감이나 호기심을 덜 자극하는 대신 안정감과 신뢰감을 준다”고 말했다.

방송사 PD들은 “여성이 허스키 보이스만으로 호감을 주기는 힘들다”며 “‘목소리 파괴’ 연예인들은 목소리 때문이 아니라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현해 성공한 경우”라고 평가한다.

장태연 MBC 예능국장은 “이런 연예인들은 재치와 인간미로 목소리의 약점을 보완하며 자기 개성을 만들고 있다”며 “단 낮은 목소리 때문에 발음이 불분명하게 들릴 수 있다는 점에 항상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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