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아슬아슬 모자이크' DVD로 살아난다

  • 입력 2003년 10월 8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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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로 보면 안 보이는 게 보인다?’

극장이나 비디오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을 DVD로 볼 수 있는 게 의외로 많다. 이런 장면들은 다양한 볼거리와 자료를 담은 ‘서플먼트’와 더불어 영화 마니아들을 DVD로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DVD로 봐야 더 야하다?=DVD로 보면 더 야한 영화들이 있다. ‘미녀삼총사2-맥시멈 스피드’의 경우 극장에서 보지 못한 미녀삼총사의 파격적인 노출과 잔혹한 액션장면 등 3분여의 추가장면이 수록된 ‘언레이티드(Unrated)’판 DVD가 11월 초에 나올 예정이다.

또 ‘말레나 특별판(SE)’은 극장 상영 때 빠진 10여분 분량이 모두 들어간 무삭제판. 말레나를 흠모하는 소년 레나토의 엉뚱한 상상 속 장면에는 헤어누드와 파격적인 러브신이 많이 나오지만 극장판에서는 모두 빠졌다. 물론 이 DVD에도 헤어누드 장면은 여전히 암전 처리가 돼 있다. 하지만 DVD 특성상 되감기 버튼을 누르면 놀랍게도 가려진 부분을 ‘노컷’으로 볼 수 있다. ‘늑대의 후예들’도 암전 처리가 돼있지만 마찬가지로 돌려보면 원래 영상이 나타난다.

가려진 부분이 이렇게 되살아나는 이유는 디지털 신호로 암전처리를 하는 DVD의 특성 때문. 정상적인 진행 방향을 염두에 두고 연속된 신호의 일부를 바꿔 암전처리를 해놓은 것. 거꾸로 돌아가는 신호배열에는 속수무책이다. 반면 비디오테이프의 경우는 필름 상에 암전처리를 한 것이므로 어떤 방향으로 돌려도 항상 ‘뿌연’ 상태로 나온다.

‘레지던트 이블’ DVD도 영화 마지막 부분 여주인공이 병원에서 깨어나 기어가는 장면에서 헤어누드가 나오지만 디지털 확대로 그 부분을 없애버렸다. DVD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을 통해 복원방법이 퍼져 있다.

‘원초적 본능 SE’ DVD는 논쟁이 벌어졌을 만큼 화제를 모았다. 무삭제판으로 무사히(?) 심의를 통과한 이 DVD가 공개된 직후 모 DVD 인터넷동호회에서 마니아들끼리 샤론 스톤이 다리를 꼬는 장면에서 중요 부위가 보인다, 안 보인다며 격론을 벌였다.

무삭제판 DVD로 나온 영화로는 ‘쇼걸 SE’ ‘캣피플’ ‘13일의 금요일’ ‘엑소시스트 2000’ ‘슬리피 할로우’ ‘펄프픽션’ ‘사우스파크 극장판’ ‘7월4일생’ 등이 대표적. 한국영화로는 김수용 감독(현 영상물등급심의위원장)의 ‘중광의 허튼소리’가 개봉 당시 잘렸던 10군데의 장면을 복원한 무삭제판 DVD로 최근 발매되기도 했다.

▽DVD만을 위한 특별 추가장면의 재미=국내외 DVD 제작사들은 영화 마니아들을 위해 감독과 협의해 극장에 없던 추가장면을 넣곤 한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경우 피터 잭슨 감독이 촬영 시 미리 작업해둔 30여분의 추가 장면을 넣어 ‘확장판’이란 이름으로 DVD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2편 ‘반지의 제왕-두개의 탑’ 극장판 DVD가 발매된 데 이어 이르면 11월 말 극장판에 등장하지 않았던 캐릭터가 나오고 액션 장면이 강화돼 30여분이 추가된 2편의 확장판 DVD도 나올 예정.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DVD에도 영화 본편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퀴디치 경기 중 빠졌던 장면 등 19개 추가 영상이 수록됐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 2편 DVD에는 조지 루카스 감독이 컴퓨터그래픽(CG) 장면을 재작업한 영상이 수록됐다. ‘2009 로스트 메로리즈 SE’ DVD도 CG장면을 보강했다.

브에나비스타가 해마다 한편씩 DVD로 선보이고 있는 ‘플래티넘’ 애니메이션 시리즈에도 추가장면을 넣은 특별판 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1일 출시된 ‘라이온 킹’에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만 들을 수 있는 노래 ‘모닝 리포트’를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그려내고 노래와 더빙을 녹음해 오리지널 영화에 섞었다. 지난해 ‘플래티넘’ 시리즈로 발매된 ‘미녀와 야수’ DVD에서도 ‘휴먼 어게인’이란 뮤지컬 신이 추가됐다. 이달 말 나올 ‘장화, 홍련’에는 김지운 감독이 극장 상영 시 삭제됐던 장면을 모두 수록, 영화와 함께 보면 줄거리가 더 잘 이해될 수 있도록 기획했다. TV드라마 ‘다모’도 새로운 장면이 들어간 감독판 DVD 박스 세트로 출시될 예정이다.

▽아직도 심의가 무서워=DVD로 더 많은 장면을 볼 수 있지만 모든 영화가 제 모습대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심의를 끝내 통과하지 못한 ‘한니발’ ‘퀄크’ ‘아이즈 와이드샷’ ‘시계태엽 오렌지’ ‘록키 호러 픽쳐쇼’ 같은 DVD의 국내 출시는 요원한 상태. DVD는 부분삭제가 쉽지 않기 때문에 등급심의를 받지 못하면 출시를 금방 포기해 버리는 일도 생긴다. 필름만 끊어서 붙이면 되는 VHS와 달리 DVD는 영상, 음향, 자막 등을 별도로 작업해 시작과 끝을 모두 맞추는 어려운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의등급의 모호함으로 빚어진 웃지 못 할 일도 있다. 톰 행크스 주연의 ‘포레스트 검프’ DVD가 여러 차례 심의 보류 판정을 받았다. 톰 행크스가 미식축구 경기를 마치고 샤워하고 나오는 장면에서 음모가 살짝 비쳤기 때문. 극장 개봉과 비디오 출시 때도 무사통과된 이 장면이 하필 DVD 심의에서 왜 걸렸을까. DVD로 보면 더 선명하게 보여서 그랬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파라마운트가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주장해 겨우 심의를 받아 DVD로 나올 수 있었다.

김종래 / 파파DVD 대표 jongrae@papadv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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