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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9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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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TV가 10, 11일 방영하는 기획 다큐멘터리 ‘CITES-종(種)의 묵시록’(밤 10·40)은 애완동물로 여겨지는 각종 야생 동물의 유통 경로를 역추적하며 멸종 가능성을 경고한다. ‘CITES’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한국은 가입국 127개국 중 93년 124번째로 가입했다. 제작진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대표적인 야생동물 거래소인 프라무카 시장에 ‘동물 수집가’를 위장해 잠입, 6개월 간 불법 거래 현장을 추적했다.
1부 ‘밀렵’편. 시장 입구에는 ‘야생동물 밀거래를 금지한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그러나 골목 뒷편에는 나무궤짝 속에 갇힌 오랑우탄과 애완용으로 길러지기 위해 생 이빨을 뽑히고 있는 원숭이의 모습이 목격된다. 박제로 만들기 위해 빳빳하게 말린 극락조도 보인다. 극락조는 파푸아뉴기니에만 산다는 희귀조. 원주민들은 “과거 극락조를 하루 96마리나 잡은 적도 있다. 그러나 군인들이 조직적으로 포획하면서 숫자가 부쩍 줄었다. 극락조를 팔아야 소금과 설탕을 살 수 있다”며 생계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보신용이라며 살아있는 원숭이를 난자하고 웅담을 얻기 위해 새끼 곰의 배를 가르는 충격적인 영상이 공개된다. 새총에 맞은 새끼 원숭이를 어떻게든 살려 더 높은 값에 팔기 위해 밀렵꾼들이 유혈이 낭자한 원숭이의 허리를 꺾었다 펴며 인공호흡을 실시하는 장면은 인간 잔혹성의 극치를 보여준다.
2부 ‘밀거래’편에서는 야생동물 불법 거래가 성행하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접근하고 국내 관련 법령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극락조를 구입한 한국 여행자가 인도네시아 세관원에게 돈을 주고 공항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이연규 PD는 “모든 조류와 포유류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한 국내법은 오히려 음성적인 동물거래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국내 각종 TV 동물프로그램에 소개되는 원숭이 도마뱀 등도 십중팔구 불법 거래를 거친 것임을 깨달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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