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영화계 뉴스]아카데미 시상식 이모저모

  • 입력 2003년 3월 24일 20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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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에도 불구하고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예정대로 열렸다. 시상식은 예년

에 비해 비교적 짧은 3시간반만에 단촐하고 수수하게 진행됐다.

○…무엇보다 수상자들의 반전 메시지가 주목받았다. 남우조연상을 받은 크리스 쿠퍼

는 “이 세상에 많은 걱정거리가 있지만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

고 ‘이 투 마마’의 주연 가엘 가르시나 베르날은 ‘프리다’의 주제가를 소개하러

단상에 올라와 “프리다가 살아있었다면 반전 메시지를 전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토드 헤인즈, 롭 마샬은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가

그려진 푸른색 배지를 달고 입장했다. 수잔 서랜던, 팀 로빈슨, 셀마 헤이엑은

시상식장주변에서 반전 시위를 벌이던 군중들을 향해 평화의 상징인 ‘V’자를

그려 보이면서 입장했다.

○…‘볼링 포 컬럼바인’으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마이클 부어가 부시 대통령

이름을 거론하며 가장 강렬한 반전 메시지를 전하자 객석에서는 박수와 야유가 함께

터져나왔다. 진행자인 스티브 마틴은 “마이클 무어를 억지로 (집으로 돌아가는)

리무진에 태우느라 난리가 났다”고 조크를 하며 소란을 정리.

○…아카데미상에서는 수상 소감을 45초로 제한하고 시간이 지나면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울리면서 마이크가 내려갔다. 수상자들은 대부분 ‘45초 룰’에 적응했지만

시상식 두번째 순서로 시각효과상을 받은 ‘반지의 제왕-두개의 탑’ 제작진 4명은

45초룰에 적응이 안돼 소감이 길어졌다. 소감을 밝히던 중 마이크가 내려가자 이들은

마지막까지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진행자 스티브 마틴은 “말을 끊는 것은 사랑

하는 사람에게 빨리 돌아가서 기쁨을 나누라는 뜻”이라고 말하기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객석은 모두 놀라는 눈치. 13세

소녀 성추문 사건으로 26년째 미국에 돌아오지 못하는 그가 감독상을 탈 경우 무대에

펼쳐질 상황이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이날 주최측은 불참 이유에 대해서 아무런 설명

이 없었고 대리 수상자도 없었다. 수상자를 발표했던 해리슨 포드는 조용히 무대 뒤

로 사라졌다.

○…이날 작품상 수상작 발표는 배우 커크와 마이클 더글러스 부자가 함께 진행해

눈길. 수상 결과가 담긴 봉투를 여는 아버지에게 아들인 마이클이 “(그것 열기 전

에) ‘Oscar goes to… (오스카는 …에게 돌아갑니다)’라고 말해야 하는 거예요”

하고 조언하자, 커크는 아들을 빤히 바라보며 “The winner is… (수상자는…)”

라고 고집스럽게 말을 바꿔 장내에 폭소가 일었다. 봉투를 연 뒤 두 사람은 뺨을

맞대고 커다란 목소리로 “시카고!”를 호명해 시상식의 절정을 장식.

○…‘8마일’로 주제가상을 수상한 에미넴은 시상식에 오지 않았는데, 이는 주최측

이 축하공연에서 립싱크로 노래를 불러주기를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욕설이 가득한

랩 음악이 시상식장에서 공연되는 것을 영화제 측이 꺼렸을 것이라는 혐의도 짙다.

주제가상을 수상한 ‘Lose Yourself’가 공연될 예정이었으나 대신 ‘프리다’의

주제가로 대체됐다.

‘반지의 제왕’에 출연한 영화배우 앤디 서키스(오른쪽) 부부가 ‘석유를 위한 전쟁 반대’라고 적은 종이를 든 채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보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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