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DVD만나 르네상스, 독립영화 vs 예술영화

이소룡을 찾아랏!.나비.한국단편영화걸작선.한국단편애니메이션걸작선

DVD 타이틀의 콜렉터가 늘면서, 만나기 어려웠던 인디펜던트(독립)영화와 예술영화들이 DVD로 속속 출시돼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이들 영화는 뛰어난 작품성과 독특한 창작성에도 불구하고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그동안 극장이나 비디오 대여점에서 소외되어 왔던 영화들. DVD가 이들을 ‘구원’하는 셈이다.

▽독립영화의 화려한 ‘부활’〓인디밴드로 유명한 ‘크라잉 넛’ 주연의 ‘이소룡을 찾아랏!’이 최근 DVD로 출시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크라잉 넛’의 미공개 음반이 함께 수록된 이 DVD에는 본편과 함께 감독의 영화해설, 부천영화제 당시의 록페스티벌, NG 장면들이 담겼다. 이에 앞서 출시된 문승욱 감독의 ‘나비 한정판(LE)’ DVD도 독립영화로는 드물게 발매초기 국내뿐 아니라 홍콩 대만 등지에서까지 구입할 만큼 인기를 끈 작품. 이 DVD는 문 감독의 초기 단편영화인 ‘어머니’ ‘오래된 비행기’를 담아 소장가치도 높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한국단편영화걸작선 Vol.1’은 민동현 감독의 ‘지우개 따먹기’ 임창제 감독의 ‘눈물’ 등 작품성 높은 국내 독립영화 5편이 수록돼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달 말에는 한국단편영화걸작선 2, 3편 DVD와 1∼3편을 묶은 소장용 박스세트도 출시될 예정. 외국인들을 겨냥해 영어 중국어 자막까지 수록된다.

예비감독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DVD도 20일 선보인다. 이 DVD는 영화진흥위원회 부설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생의 작품을 모은 ‘카파(KAFA) 2002 콜렉션’. 극영화 5편, 애니메이션 6편이 수록됐다.

지난달 나온 ‘한국 단편애니메이션 걸작선’ DVD에는 국내 애니메이션의 현 주소를 엿볼 수 있는 ‘오토’ ‘사선에서’ ‘너나 잘해’ 등 10편이 담겼다. 3D 컴퓨터그래픽에서 수묵화를 연상하는 작품까지 다채롭고 참신한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이 밖에 단편영화 ‘도형일기’ ‘둘의 밤’을 수록한 ‘고양이를 부탁해’ DVD와 ‘죽어도 좋아’ ‘둘 하나 섹스’ ‘라이방’의 DVD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예술영화 ‘활짝’〓멀티플렉스에서는 ‘찬 밥’ 신세였던 예술영화들도 DVD로 새 출구를 찾았다. 마티유 카소비츠 감독의 ‘증오’, 켄 로치 감독의 ‘레이닝스톤’,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체리향기’가 지금까지 DVD로 출시됐다.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파리, 텍사스’ DVD도 눈길을 끈다. ‘착한 영화’의 대가로 알려진 키아로스타미 감독 영화의 DVD판권을 가진 백두대간은 ‘올리브나무 사이로’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등을 계속 출시할 예정이다.

예술영화 DVD 전문제작사를 표방한 알토미디어도 3월 초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 (감독 로저 바딤) ‘5시부터 7시까지 끌레오’(감독 아네스 베르다) DVD 출시를 시작으로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400번의 구타’ ‘쥴 앤 짐’ ‘피아니스트를 쏴라’ 등 5편을 담은 박스세트를 낼 계획이다. 잇따라 나올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청춘군상’ ‘8 1/2’ 등 4편을 묶은 모음집과 ‘위대한 피치카랄도’ ‘노스페라투’ 등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 콜렉션 DVD도 예술영화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들.

‘목인의 신부’ ‘눈오는 날의 왈츠’ DVD를 낸 팝아시아도 장 뤽 고다르 감독의 ‘네 멋대로 해라’ ‘미치광이 삐에로’ 등 대표작 9편과 트란 안 홍 감독의 ‘씨클로’ DVD를 상반기 중 출시할 계획이다.

이처럼 독립, 예술영화 DVD의 잇따른 출시는 이전 비디오 시장과 달리 DVD를 구입해 모으는 ‘셀스루(소장)’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 게다가 DVD의 특성상 영상과 음질이 뛰어나고 관련 자료도 많이 수록돼 ‘모으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에 반가운 소식 하나 더. 90년 초 사회현실을 반영해 ‘운동권’의 고전영화로 일컬어지는 장산곶매의 ‘파업전야’를 비롯해 ‘오! 꿈의 나라’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 ‘닫힌 교문을 열며’도 DVD 제작이 추진되고 있다. 이들 영화는 아직 등급 심의를 받은 적이 없는 만큼 DVD로 출시된다면 처음으로 ‘복권’이 되는 셈이다.

김종래·파파DVD 대표 jongrae@papadv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