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수? 멋진 놈이죠. 더 이상의 설명? 그런 건 중요치 않아요. 영화는 알고 보면 재미 없어요. 제 생각에 방제수는 멋진 놈이고, 곧 만인의 생각이 될 거예요.”
양동근은 낯을 무척 가린다.
친구가 아니면 동료 배우와도 말을 잘 하지 않는다. 인터뷰를 꺼리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유는 “할 말이 별로 없어서”란다. 천천히 눈을 껌뻑이며 부정확한 발음으로 묻는 말에 “예” “아니오”라고만 답하고 “왜?”냐는 질문에는 대부분 “그냥요”로 일관한다. 그나마 이번 인터뷰에서는 전날 밤 마신 술이 덜 깨 말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했다.
이 영화는 멋진 격투기로 범인을 검거하는 ‘폼나는’ 경찰이 아닌, 얻어 맞으며 쓰러지고 칼에 찔리면 붉은 피를 흘리는 ‘보통 경찰’의 애환을 그렸다.
“강력반 형사든 뭐든, ‘일’이란 건 할 짓이 못돼요. 애환이 없는 직업이 어디 있겠어요. 그게 바로 인생이죠. 배우의 애환이요?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기자의 애환은 뭡니까?”
그는 TV 리포터처럼 손으로 마이크 잡는 시늉을 하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양동근씨처럼 인터뷰를 꺼리는 배우를 인터뷰해야 하는 것도 애환 중 하나”라고 하자 그는 피식 웃었다.
“배우에 별로 생각이 없어요. 배우를 할 생각이 없다는 뜻도 되고, 배우의 애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뜻도 되고.”
양동근에겐 연예인 친구가 별로 없다. 함께 음반작업을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그의 사교활동의 전부. 그는 자신이 연예인인 것도 싫단다. “무슨 뜻이냐”고 묻자 “모르겠다”고 말했다. 누가 알까?
그의 연기력이 빛을 발한 건 지난해 9월 종영한 MBC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서였다. 그는 밑바닥 인생을 살다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한 여자와 진정한 사랑을 나누는 소매치기 역을 맡아 복잡한 내면 연기를 훌륭히 소화했다. 11월 영화 촬영이 들어가기 전 2개월의 짧은 휴식이 있었다.
“별로 놀지도 못했어요. 인생에 치였죠. 무슨 일 있었냐고요? 기억은 안나요. 그래서 이번 영화 끝나면 제대로 쉬어야죠.”
선문답에 가까운 그와의 인터뷰를 계속해야 할지 난감했다. 때마침 스태프 중 한 명이 다가와 양동근에게 촬영에 들어갈 시간이라고 했다.
“인터뷰 계속해야 되는데….”
할 말이 없다던 그가 웬일로?
“이렇게 말을 많이 걸어 온 사람이 없었어요. 오래하죠.”
10분간의 여유가 주어졌고 주제는 지난밤 술자리로 이어졌다.
“스태프 아저씨들이랑 술을 많이 마셨어요. 몇 시까지 였는지 기억도 안나요. 스태프 중 한 분이 교회 집사님이 되셨대요. 종교의 이모저모에 대해 이야기를 했죠. 종교는 강요하면 안돼요. 강요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전쟁이죠. 하!”
양동근의 종교는 ‘나신교’다. 자기 자신을 믿는 종교다.
“어렸을 적 교회를 다녔어요. 최근에도 두 번 정도 교회에 기도하러 갔었죠. 이 세상에 고통이 없어지기를! 세상 사람들이 모두 웃기를!”
‘래퍼’이기도 한 그에게 2집 앨범 계획을 물었다.
“낼 수도 있고 안 낼 수도 있고. 제 인생이 원래 그래요.”
약속된 시간이 지나고 그는 촬영장으로 향했다. 돌아가는 카메라 앞에 서니 그의 반쯤 풀린듯한 눈빛이 그제서야 또렷또렷해졌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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