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해리포터 시리즈 1, 2편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

  • 입력 2002년 12월 5일 17시 48분


“해리포터 시리즈 1, 2편을 찍으며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는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사진제공 워너브라더스

“해리포터 시리즈 1, 2편을 찍으며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는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사진제공 워너브라더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 이어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13일 한국 개봉)을 만든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44)은 이번 영화를 찍은 뒤 당분간 작품활동을 쉴 계획이다. 네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그는 “‘해리포터’에만 매달리다 보니 정작 내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며 가족이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겠다는 것. 1편이 개봉되고 정확히 3일 뒤 2편 촬영에 들어갔으니 그는 3년여를 꼬박 타지(영국)에서 보낸 셈이다. 최근 런던 시사회장에서 그를 만났다. 우선 나이를 의심케하는 동안(童顔)에 깜짝 놀랐다.

-1편에 비해 2편이 너무 어둡고 무섭다. 어린이들에겐 무리가 아닐까.

“관객도 나이를 한 살 더 먹지 않았는가.(웃음) 시카고에서 시사회를 가졌는데 7∼13세의 어린이 200명이 모였다. 상영 시간이 길어 중간에 화장실에 가야했던 아이들은 쏜살같이 달려갔다 달려왔다. 한 장면도 놓치기 싫어했다. 다섯 살바기 내 딸은 영화를 보는 내내 소리를 질러대며 좋아했고 다음날 아침 내 옷을 잡아 끌며 또 보여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상영 시간이 2시간 40분이나 되지만 소설의 내용을 다 담지 못했다. 가장 생략하기 아쉬웠던 부분은?

“귀신들이 파티를 벌이는 ‘데스 데이 파티(Death Day Party)’ 장면이다. 영화의 흐름 상 긴장을 늦추게 될까봐 뺐지만 무척 아쉽다. 대신 거미괴물 장면과, 초대형 뱀괴물 ‘바실리스크’ 장면에 공을 들였다. 촬영을 앞두고 나는 마치 8살 꼬마아이처럼 들떴다.”

-1편보다 시각 효과가 화려해졌다.

“시각 효과에 9개월을 투자했다. 1편에 비해 3배나 긴 기간이다. 컴퓨터 그래픽(CG)에 돈과 시간을 투자했지만 무엇보다 배우들의 공이 컸다. 꼬마 요정 ‘도비’는 100% CG로 만들어낸 캐릭터다. 해리포터를 맡은 대니얼 래드클리프는 긴 막대기 위에 매달린 초록색 공을 보며 마치 도비가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연기해야 했다. 연기에 대한 그의 집중력은 정말 놀라웠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주인공 다니엘 래드클리프, 루퍼트 그린트에게 연기 지도를 하고 있는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가운데)

-‘해리 포터’는 7편까지 예정돼 있다. 3명의 아역 배우들이 계속 연기할 수 있을까?

“책 속에서도 해리 포터와 친구들은 계속 나이를 먹으므로 불가능할 것은 없다. 하지만 그들이 이 일을 더 이상 재미없고 직업으로만 느끼거나 하기 싫은데도 ‘강요’받는다면, 그들이 미련없이 떠났으면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친구와 가족이다.”

-아이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은 어땠나?

“1년의 시간이 그들을 인간으로서, 배우로서 성숙하게 만들었다. 유명세가 그들을 타락시키지 않아 다행이다. 그들은 늘 나의 의견에 ‘감사하다’는 말을 붙인다. 줄리아 로버츠에게선 그런 말을 한 번도 못들어 본 것 같다(웃음). 그들이 평범한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부모의 역할이 컸던 것 같다.”

-영화 장면을 둘러싸고 원작자 J K 롤링과의 갈등은 없었나.

“롤링은 매우 많은 재량권을 줬다. ‘바실리스크’ 장면은 원작보다 과장되게 그렸다. 우리는 그때그때 상황을 변주(Improvise)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반지의 제왕’과 맞붙게 되는데….

“나는 판타지 영화의 팬이다. ‘반지의 제왕’도 무척 좋아한다. 사람들은 ‘반지’와 ‘해리포터’를 경쟁자로만 보지만 둘 다 성공해야 판타지 영화의 앞날도 밝다고 생각한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앞날

11월 15일 미국과 영국에서 개봉한 시리즈 2편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은 개봉 첫주 북미에서만 8770만달러(1052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2004년 하반기 개봉 예정인 3편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부터 ‘해리 포터’의 앞날이 밝지 않다.

첫 문제는 주연 배우들이 너무 빨리 자란다는 것. 2편에서도 변성기가 지난 해리 포터(다니엘 래드클리프)와 론 위즐리(루퍼트 그린트), 몸매의 굴곡이 뚜렷해진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엠마 왓슨)의 모습이 아이답지 않다.

이들은 3편까지 출연을 계약했으나 래드클리프와 왓슨의 부모는 아이들이 한학기라도 학교에 다니게 해달라고 요구해(지금까지는 촬영장에서 개인교습을 받았다) 3편 촬영 계획이 지연됐다. 제작사 워너브라더스는 매년 한편씩 개봉해 관객의 관심을 유지하려 했으나 3편 개봉이 미뤄졌고 4편부터 또다른 ‘해리 포터 3총사’를 찾아야 할 처지.

일곱편을 모두 맡을 예정이었던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도 3편에 프로듀서로만 참여하며 서서히 이 시리즈에서 손을 뗀다. 그는 “모든 에너지를 소진했다. 3편을 내가 찍으면 성공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3편은 ‘이투마마’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맡았다.

4편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734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이어서 영화 한편으로 담기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결국 원작의 상당 부분을 훼손해야 하는데, 작가 J K 롤링과 열혈 팬들이 이를 반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제작사는 5편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의 원작이 지난해 여름 나와 ‘해리포터 신드롬’을 이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작가는 아직 작업 중이다.

런던〓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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