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MBC 스페셜’ 다큐 ‘갑사’ 24일 방송

  • 입력 2002년 11월 20일 17시 31분


계룡산 갑사 주변의 사계를 담은 MBC 자연다큐멘터리 '갑사'에 나오는 숲새. 사진제공 MBC

계룡산 갑사 주변의 사계를 담은 MBC 자연다큐멘터리 '갑사'에 나오는 숲새. 사진제공 MBC

풍경의 맑은 소리와 스님들의 독경 소리가 울려 퍼지는 계룡산 중턱의 작은 절 ‘갑사’의 1년을 촬영한 ‘MBC 스페셜-자연 다큐멘터리 갑사’(밤 11·30)가 24일 방송된다.

최근들어 보기 어려운 굴뚝새 박새 숲새 찌르레기 말벌 꿀벌 등 텃새와 곤충들이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모습 등을 섬세한 영상에 담았다.

카메라는 우선 ‘갑사’ 대웅전 문살의 창호지를 비춘다. 절간에는 종이란 종이는 남아나는 것이 없다. 쌍살벌의 일종인 ‘왕바다리’들이 집을 지으려고 나무문까지 물어 뜯어가버리기 때문이다. 왕바다리는 뜯어온 종이를 열심히 씹고 침으로 반죽해 정성스럽게 집을 짓는다.

갑사로 들어서는 길가에 선 가로등에는 박새 가족이 서식처를 만들고 있다. 박새 부부는 새끼들에게 손질한 먹이를 먹이고 똥을 입으로 받아 나간다. 박새는 새끼들이 천적에게 노출될까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민가 주변에서 사라진 말벌들이 이곳 절간에서는 맘대로 집을 짓는다. 말벌은 한번 집을 짓고 나면 알을 낳는 방을 둘러싼 외피를 계속 덧입히면서 크기를 키워 나간다. 갑사의 ‘해우소’(解優所·화장실)에 있는 말벌집은 농구공의 두배 크기만큼 커져 절을 찾은 보살들이 쏘이는 일이 많아 떼낼 수 밖에 없었다.

날아드는 꿀벌을 낚아채는 말벌의 날렵한 움직임은 감탄을 자아낸다. 그러나 부딪쳐 떨어진 말벌에 꿀벌들이 사정없이 달려들어 체온으로 말벌을 ‘쪄서’ 죽이는 장면은 자연에는 영원한 강자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뱀허물쌍살벌은 집으로 쳐들어 온 장수말벌의 공격으로 상처입은 자신의 애벌레를 죽여 씹은 뒤 건강한 애벌레에게 주는 ‘엽기적인 행각’을 펼친다. 그러나 이것들은 모두 자연의 생존법칙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의 현장일 뿐이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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