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비디오는 가족사랑 싣고…

  • 입력 2002년 9월 18일 17시 14분


어느 때보다 가족의 의미를 새삼 곱씹게 되는 명절. 영화평론가 김봉석씨가 연휴에 볼 만한 비디오를 아버지, 어머니, 가족간의 갈등과 화해 등의 주제로 분류해 소개했다.

#아버지

아버지라는 이름은 더 이상 권위의 상징이 아니다. 직장에만 헌신하다 보면 가정에서는 자리를 잃어버리고 외톨이가 된다. 그러다 혹 실직이라도 하면? ‘미세스 다웃 파이어’(Mrs. Doubtfire·감독 크리스 콜럼버스)의 아버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능력을 타고났으나 경제적 능력은 전혀 없다. 결국 이혼당한 아버지는 여장한 가정부로 들어가 아이들과 만난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근엄과 권위보다 아이들과 놀아주고 이해해주는 것이 최고인 요즘의 아버지상에 가깝다.

‘구피 무비 오리지널’(A Goofy Movie·감독 케빈 리마)과 ‘구피 무비-X게임 대소동’(An Extremely Goofy Movie·감독 더글러스 매카시)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대표적인 캐릭터 중 하나인 구피가 아들 맥스와 교감을 얻기 위해 벌이는 소동을 그리고 있다. 아들과 대화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찾는 아버지 구피의 처절한 노력이 흥겹게 그려진다.

나이든 아버지를 보는 일은 꽤 심란하다. 아버지의 세월은 한순간에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지금은 통화중’(Hanging Up·감독 다이앤 키튼)에는 언제나 고집불통이었던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는 세 자매가 나온다. 늘 아버지를 돌봐왔던 둘째 이브는 여전히 다른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심란해한다. 결과는 화해와 추억으로 끝나지만, 화해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쿵후선생’(推手·감독 리안)은 국제결혼을 한 아들과 살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늙은 아버지의 이야기다. 쿵푸밖에 몰랐던 주노인은 벽안의 며느리와 소원한 관계에 놓이고, 노년의 삶을 이국 땅에서 보내야만 한다.

#어머니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의 세월이 더 쓸쓸하지 않았을까. 자신의 이름까지 잊을 정도로 가족을 위해서 헌신했던 세월. 때로는 지나쳐서 아이들의 반발을 사기도 하면서, 오로지 뒷바라지를 해왔던 어머니.

임권택 감독의 ‘축제’는 87세 노모의 장례식을 배경으로 가족의 의미와 한국적인 어머니의 초상을 훌륭하게 그려낸다.

‘조이럭 클럽’(Joy Luck Club·감독 웨인 왕)에서는 20세기 초반을 헤쳐온 네 어머니의 파란만장한 역사가 펼쳐진다. 어머니들의 마작 모임인 ‘조이 럭 클럽’에 참석한 준은 어머니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덟 모녀의 과거와 현재를 여행한다. 단번에 어머니와 딸을 위해 만든 영화라는 느낌이 올 만큼 ‘여인’들의 삶에 대해 깊은 사랑과 이해가 담긴 작품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늘 관용과 사랑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요네즈’ (감독 윤인호)는 공주병인 어머니를 짜증스러워했지만, 결국은 이해하는 과정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마요네즈로 헤어팩을 하고, 밍크 코트를 사달라고 조르는 어머니의 모습은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헌신적인 어머니와 다르지만, 그것 역시 현실의 어머니다.

‘돌로레스 클레이본’(Dolores Claiborne·감독 테일러 핵포드)은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를 증오했던 여인이 진실을 알게 되는 스릴러물이다. 딸을 위해 모든 비밀을 감추고, 고통을 짊어졌던 어머니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극적으로 펼쳐진다.

‘귀여운 바람둥이’(Mermaids·감독 리처드 벤저민)는 사랑하고 다투며 오순도순 살아가는 세 모녀의 가정을 그린다. 애정은 일상에서 싹튼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주는 가벼운 코미디.

#가족의 화해와 갈등

가족은 늘 함께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원칙일 뿐 실행이 쉽지 않다. 아무리 핏줄이 같더라도, 개성과 취향이 다른 사람들이 늘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억압이 아닐까?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감독 스티븐 달드리)의 소년은 발레를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영국의 탄광촌에 사는 빌리의 아버지와 형에게는, 남자는 당연히 축구 아니면 복싱이다. 빌리는 그들의 편견을 뚫고 발레를 할 수 있을까? 그들의 사랑과 이해를 얻을 수 있을까?

‘길버트 그레이프’(What’s Eating Gilbert Grape·감독 라세 할스트롬)에서 길버트는 희생만이 최선은 아님을 배운다. 자기를 희생하며 모든 것을 바친다고 가정이, 세상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고,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소년은, 가족은 성장해간다.

함께 즐기는 것도, 가족이 함께 하는 좋은 방법이다. ‘스파이 키드’(Spy Kids·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스)는 007의 세계를 아이들의 눈높이로 바꾼 가족 영화다. 엄마 아빠를 구하려는 남매 첩보원의 활약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로스트 인 스페이스’(Lost In Space·감독 스티븐 홉킨스)는 로빈슨 크루소를 우주공간으로 옮겼던 미국의 TV시리즈 ‘우주가족 로빈슨’의 극장판. 위기에 처한 로빈슨 가족이 서로 다투기도 하지만, 끝내는 함께 뭉쳐 고난을 이겨낸다.

lotusid@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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