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 입력 2002년 9월 12일 17시 44분


사진제공 튜브픽처스
사진제공 튜브픽처스
게임에 미쳐 사는 중국집 배달부 주(김현성)는 성냥팔이 소녀(임은경)에게 산 라이터에 적힌 전화번호를 통해 인터랙티브 게임에 접속한다. 게임의 목적은 성냥팔이 소녀의 사랑을 얻은 뒤 고통없는 세상으로 보내기 위해 죽이는 것. 주는 레즈비언 여전사 라라(진싱)와 한 편이 되어, 성냥팔이 소녀를 납치하려는 폭력배들과 ‘시스템’에 맞서 액션 활극을 벌인다.

성냥팔이 소녀가 ‘재림’할 수 있을까. 한국영화사상 최대 제작비(110억원), 제작과정의 불협화음, 오랜 제작 기간(4년)으로 공개되기 이전부터 말들이 많았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감독 장선우)이 13일 개봉된다.

이 영화는 가상현실과 현실을 오가는 설정, 액션의 스타일, 물리적 힘의 우위에 서는 영적인 힘에 대한 옹호까지 할리우드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시킨다. 마치 ‘매트릭스’의 ‘키치(Kitsch·의도적으로 저속함을 추구하는 예술 장르) 버전’같다.

요란한 색상의 화면과 의상, 의도적으로 과장된 대사와 액션 등 게임 속의 의도적 경박함은 게임 밖 슬픈 현실과 대비된다. 영화 속 게임 ‘스테이지 2’에서 총을 들고 반란을 꾀하는 성냥팔이 소녀의 모습, 사회에 만연한 폭력과 무관심에 대한 묘사는 현실에 대한 그 어떤 직설적 발언보다 강도가 세다.

영화 상세정보동영상스틸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예고 | 예고 2스틸컷

거액을 들인 영화답게 헬리콥터까지 등장하는 액션의 규모는 거대한 편. 그러나 세련되고 정교한 액션 대신 키치적 과장으로 일관해 액션의 긴장은 떨어진다. 성냥팔이 소녀가 간직하고 있는 준오(강타)와의 사랑 등 드라마적 요소가 약해 관객의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이 영화의 맹점.

장선우 감독은 한 영화에서 ‘게임 오버’로 끝나는 우울한 버전과 ‘유 윈’으로 끝나는 해피 엔딩 버전 등 두 가지를 제시한다. 다양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구조’라는 것이 만든 이들의 설명. 액션영화로 볼 수도 있고,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가, 나비가 내 꿈을 꾼 것인가’를 묻는 장자의 호접몽처럼 꿈과 현실의 구분이 과연 유의미한가를 생각케하는 철학적인 영화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제작사 측은 보도자료에 “대중적 재미와 철학적 깊이와 형식적 실험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느냐에 이 영화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썼다. 이제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15세이상 관람가.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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