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송탈선 어디까지 갈 것인가

  • 입력 2002년 8월 4일 17시 44분


MBC가 1일 밤 9시 뉴스에서 실제 살인장면을 여과없이 내보낸 것은 충격적이다. 이 방송사는 시청자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뉴스 진행자의 말을 통해 ‘깊이 사과한다’고 했지만 방송내용의 잔혹성에 비춰볼 때 변명성 사과 정도로밖에 안 보인다. 늘 그랬듯이 이 방송사는 진심으로 반성하기보다 일시적으로 비난을 모면하려는 모습이다.

이날 MBC뉴스데스크는 한 아동학대 상담센터를 찾은 부부의 모습을 CCTV를 통해 공개하면서 남편이 부인과 처남을 흉기로 수차례 찌르는 장면을 내보냈다. 비록 모자이크 처리를 하긴 했지만 흉기로 찌르는 동작과 피투성이가 된 모습이 뚜렷해 마치 광기 어린 살인자가 출연한 공포영화를 보는 듯했다. 더욱이 뉴스데스크 방송 후 시청자들의 항의가 이어지는 속에서도 마감뉴스인 ‘뉴스24’에 같은 장면을 다시 방영했으니 그 ‘강심장’이 놀랍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TV는 ‘시청률 지상주의’에 매달려 저질경쟁이 한창이다. 온가족이 함께 보기 민망한 프로그램이 한둘이 아니다. 선정 폭력성에 연예인들의 사생활이나 신변잡담, 비속어, 국적 불명의 외국어가 등장하는 프로그램이 허다하다. 여기에 이제 실제 살인장면까지 보도하는 판이니 ‘탈선’의 끝이 어디인지 걱정이다.

우리는 MBC가 자신의 프로그램인 ‘미디어비평’을 통해 다른 매체의 보도에 대해 집중적으로 비판해온 것을 알고 있다. MBC는 정작 남의 눈에 든 ‘티끌’만 볼 줄 알았지 자신의 눈에 든 ‘대들보’는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선거공영제 확대와 함께 더욱 활발해질 ‘미디어선거’를 담당할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문이 든다. 그동안 MBC는 공정성 문제와 관련해 이런저런 얘기를 들을 만한 방송을 많이 해 온 것이 사실 아닌가.

일회성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시청률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지금의 방송시스템은 대수술이 필요하고 그 방향은 방송의 공익성에 모아져야 한다. 제도적 개혁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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