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뭬~이~야! 사약이라고?"…'여인천하' 경빈의 죽음 촬영현장

  • 입력 2002년 3월 20일 12시 05분


19일 경기 용인 한국민속촌내 'SBS 여인천하' 촬영현장.

이날은 경빈(도지원)이 사약을 받는 날로 촬영 현장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빈이 죽는 대목은 드라마가 후반으로 넘어가는 클라이막스. 특히 도지원은 '뭬야' 등의 유행어를 낳으며 '여인천하'의 시청률을 이끌었기에 그의 죽음은 더욱 관심을 끌었다.

경빈은 죽은 쥐를 동궁전에 갖다 놓고 세자를 저주한 '작서(灼鼠)의 변'의 죄를 뒤집어쓰고 상주에 유배되었다가 1533년(중종 28년) 사약을 받는다.

도지원은 촬영 직전 "죽는 날만 기다려 왔는데 막상 죽으려니 섭섭하다"면서도 마지막 장면의 연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가 소복차림으로 문을 열고 나오는 장면에서 레디 고 .

금부도사가 "폐빈 박씨는 어명을 받들라"고 외치자 경빈은 중종(최종환)이 자신을 다시 대궐로 불러들이는 줄 알고 기뻐하다가 군사의 손에 있는 상자를 보고 표정이 굳는다. 순식간에 생과 사를 오가는 도지원의 표정 연기.

"전하께오서 이 사람에게 무슨 어명을 내리시었는가?"

대본에는 '사약인가, 사면인가?'로 써 있다. 그러나 도지원은 애드리브를 발휘해 "사약 사약, 사약인가? 사면 사면인가?"라며 크게 울부짖는다.

# 발악연기에 구경꾼들 소름

"사약을 받으시오" 라는 금부도사의 말에 "뭬야?"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온다. 그러자 김재형 PD가 "다시 가자"며 끊는다.

"마지막 뭬야 야, 도지원씨. 뱃속에서 끓어오르는 소리여야 돼."

다시 촬영이 이어지자 도지원은 턱을 조금 당기고 양미간을 찌푸린 채 눈을 부릅뜨고 입술을 파르르 떤다. 숨을 쉬지 않는 듯. 10여초 후, 죽음 앞에 선 여인의 공포와 독기가 버무려진 괴성이 튀어나온다. 순간 스태프들과 주변에서 이를 보던 구경꾼들은 소름이 돋았다.

"뭬∼∼이∼야∼아악!"

경빈이 약사발을 내팽개치자 군사들은 그의 입을 강제로 벌리고 아예 항아리째 사약을 얼굴에 붓는다.

콜라와 쌍화탕을 섞은 '사약'에 소복과 얼굴을 적신 도지원이 죽음을 축하하는 박수를 받으며 일어섰다. 이날 도지원의 얼굴에 쏟아 부운 사약 은 한차례 NG를 포함해 1.8ℓ 짜리 콜라 6병에 75ml짜리 쌍화탕 10병. 피를 흘리고 죽는 장면은 나중에 별도로 촬영해 연결하기로 했다.

# 사약은 '콜라+쌍화탕'

김재형PD는 "도지원의 죽는 연기에 만족하며 도지원은 젊은 연기자들이 꺼려하는 사극을 '출세 장르'로 바꿔 놓았다"고 극찬했다.

SBS 사극 '여인천하'는 이날 촬영된 '경빈의 죽음'을 시청률 정상 탈환의 교두보로 삼을 예정이다. 그동안 KBS2 '겨울연가'가 끝나는 시점을 기다리며 경빈의 죽음을 미뤄왔는데 지난주 '겨울연가'가 시청률 10위(TNS 미디어 코리아 조사)로 시시하게 끝나면서 라이벌이 사라진 것.

경빈이 죽은 이후 '여인천하'는 난정과 문정왕후(전인화) 등 두 여인의 천하가 펼쳐진다. 난정이 중종의 뒤를 이어 즉위한 인종을 독살하자 문정왕후의 아들이 12세의 나이로 명종이 된다. 이후 문정왕후는 섭정으로 권력을 휘두르며 윤임 일파를 제거한다. 또 난정은 갈수록 권력에 도취돼 안하무인의 행동을 하다가 중전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권력을 잃고 자살한다.

◆ 도지원의 한마디

“‘뭬야’를 외치느라 이제 기운이 다 빠졌어요.”

도지원(36)은 “화면에 얼굴이 예쁘게 나오는 것을 신경쓰지 않고 연기에만 열중한 드라마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드라마 초중반에 기(氣)를 다 쏟아내 이제는 숟가락 하나 들 기운도 안 남았다”고 말했다.

선한 역할인줄 알고 캐스팅됐다가 뒤늦게 악역인 것을 알고 잠시 실망했으나 “이왕 덤빈 것, 최고의 악녀가 되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친구와 가족들로부터 “너무 다른 사람처럼 느껴져 섬뜩하다”는 말을 자주 들을 정도였다. 매번 ‘뭬야’를 외칠 때마다 목소리에 독기를 묻혀 내느라 실제로 몸속에 독기운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도지원은 80회를 넘어서면서 위장장애가 생겼다. 수시로 감기 몸살을 앓았으며 그때마다 목소리를 제대로 내느라 애를 먹었다. 감기에 걸릴 때마다 살이 빠지고, 연기를 위해 살을 찌우는 생활을 반복하는 바람에 “시청자들이 달라진 얼굴을 알아볼까 불안했다”고 말했다.

도지원은 4월1일 시작하는 SBS 아침드라마 ‘엄마의 노래’(월∼토 오전 8시반)이 촬영에 들어갔다.‘엄마의 노래’에서는 가정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가 싫어 사랑을 선택하나 오히려 어머니보다 고통스러운 세월을 겪는 미혼모역. 그는 “‘여인천하’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깊이있는 연기를 보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나성엽기자>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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