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입양아에 모국문화의 향기를 가르쳐요"

  • 입력 2002년 2월 3일 17시 23분


세계 각지의 한국인을 만나보는 KBS1 ‘한민족 리포트’(밤 12시)는 4일 ‘엄마라는 이름으로-덴마크 이미림’편에서 덴마크로 입양된 50여명의 한국인과 그들에게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이미림씨(46)를 소개한다.

매주 월요일 오후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국식당 ‘한국의 집’은 한국어 수업을 받으러 온 50여명의 한국계 입양인들로 붐빈다. 그 중에는 수업에 못 온 한국인 여자친구를 대신해 참석한 덴마크인 남자친구도 있다. 모든 수업의 교사는 식당 주인 이미림씨다. ‘한국의 집’에 들어올 때는 누구나 고무신을 신어야 한다. 이곳에서는 한글 수업은 물론 한국 영화보기, 한국 음식만들기, 다도회, 붓글씨 등 다양한 한국문화 체험이 펼쳐진다. 얼마 전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보다가 ‘엽기’라는 단어의 뜻을 덴마크어로 설명할 길이 없어 난감해하기도 했다.

제작진이 촬영을 나간 날 ‘한국의 집’에서 준비한 한국문화강좌의 주제는 ‘고스톱’. 이씨는 화투를 가르치는데 망설였지만 이것 역시 한국의 놀이문화라는 생각에 과감히 선택했다. 한국계 입양인들은 화투의 그림을 맞춰가며 점수를 계산하는데 시간가는 줄 모른다.

덴마크에 입양된 한국 아이들은 1만여명. 한국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하나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이들에게 이씨가 12년째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이씨는 덴마크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입양인들이 받는 소외감과 상처를 달래주는 ‘제3의 엄마’인 셈.

이씨는 “한국은 입양인들의 삶에 아무런 물질적 도움을 주지 못했지만 이들의 마음은 한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차 있다”면서 “이들이 조국을 미워하지 않고 조국의 문화에 깊은 관심을 가진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한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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