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그것이 알고싶다' 이혼 재혼여성이 겪는 호주제 고통

  • 입력 2001년 11월 28일 18시 08분


SBS ‘그것이 알고싶다’(토 밤 10·50)는 12월 1일 ‘가족의 조건, 감추고 싶은 성(姓)-이혼 재혼여성의 가족만들기’ 편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호주제 폐지 문제를 집중 조명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1997년 남편과 사별한 뒤 이듬해 재혼해 현재 임신 8개월째인 주부 정모씨(32·여)의 사례가 소개된다. 무엇보다 안정이 중요한 그는 요즘 고민으로 밤잠을 설친다. 전 남편에게서 낳은 다섯 살난 딸과, 재혼한 남편 사이에 태어날 아기의 성(姓)이 달라 출산 이후 아이가 받게 될 고통 때문이다.

정씨는 딸이 돌을 지나기도 전에 남편을 잃었다. 다행히 아이는 아빠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어 현재의 남편을 친아버지로 믿고 있다. 그러나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이 다가오면서 정씨는 이같은 사실을 숨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담임교사의 부주의나 각종 학부모 모임을 통해 알려진 사실이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반드시 생기기 때문.

정씨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법적 수단까지 생각하고 있다. 아이를 사망신고한 뒤 현재 남편의 호적으로 다시 출생신고를 하는 것. 그러나 이는 엄연한 사문서 위조에 해당한다. 차선책으로 정씨는 아이를 고아원에 맡긴 뒤 입양하는 방식을 생각 중이다.

정씨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호주제는 재혼한 여성에게 ‘나는 재혼했다’고 광고하게 만드는 제도”라면서 “성인인 나는 괜찮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씨족연합회 이재필 사무총장은 이 프로에 출연해 “호주제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전통”이라면서 “뚜렷한 대안도 없이 소수의 상처를 피하기 위해 다수의 혼란을 감수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박기홍 담당 PD는 “최근 호주제 논란이 가중된 것은 이혼률과 재혼률이 급증한 세태를 반영한다”면서 “호주제의 역사와 파장을 되짚어봄으로써 바람직한 해결방법을 모색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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