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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9월 28일 10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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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 히말라야의 K2봉(8611m)에 오른 박영석씨(38)의 첫마디. 죽음의 지대인 8000m 고지를 출발한지 꼬박 13시간의 사투 끝에 그는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곳’에 올랐다. 칼날 같은 바람이 살을 에었지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가족의 얼굴.
박씨는 1993년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 이후 8년 만에 8000m를 넘는 히말라야의 14봉을 모두 오르는 대 기록을 세웠다. 세계에서 아홉 번째이고 한국에서는 엄홍길씨에 이어 두 번째 기록.
SBS 추석특집 다큐멘터리 ‘히말라야의 14좌 완등-그 생사의 기록’(10월1일 오전 8시 반)은 산사나이 박영석씨의 등반기와 도전인생의 의미, 가족 이야기를 소개한다. 차례 준비로 분주한 추석 아침이지만 한계를 넘는 인간의 위대한 한 걸음 한 걸음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기에 충분한 소재다.
박씨는 14좌 완등을 위해 젊음을 고스란히 바쳤다. 그는 “산은 환희와 슬픔, 영광과 좌절을 모두 안겨준 인생 그 자체”라고 말한다. 가족도 모두 그의 산 뒤에 있었고, 10여 년 간 추석을 한번도 집에서 보내지 못했다. 부인 홍경희씨는 사지로 떠난 남편의 무사 귀환을 위해 집안 일의 어느 것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두 아들 성우 성민과의 약속은 정상을 향한 마지막 발걸음의 버팀목. 박씨는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천근 같은 발을 한 걸음씩 옮겨 놓았다”고 말한다.
이 프로그램은 SBS가 연속 기획으로 추진하고 있는 ‘히말라야의 산 사나이’ 시리즈 13편으로 7000m 이상 고산 지대에서 촬영하는 카메라맨의 고단한 뒷 이야기도 소개한다.
<허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