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술희-애술 "왕건 인기 우리 손에 있소이다"

  • 입력 2001년 9월 2일 19시 07분


◇'적과의 우정' 나누는 두 맹장 코믹한 연기로 시청률 높여

기세가 한풀 꺾인 듯한 KBS1 ‘태조 왕건’이 박술희(김학철) 애술(이계인) 두 장군 덕분에 반등하고 있다.

삼한을 놓고 건곤일척의 싸움을 벌이는 고려와 백제 진중(陣中)에서, 어찌보면 이들은 엄하게 다스려도 시원찮을 장수들이다. 자기 나라 태자마마를 모시고 나간 급박한 전투에서 처음 마주친 이들은 “네가 애술이냐? 참으로 지독하게 못 생겼구나” “못 생긴 것은 피장파장 아니냐”는 식의 ‘한심한’ 대화를 주고 받는다.

지난주 방송에서 괴질 치료약을 얻기 위해 백제와 굴욕적인 화친을 맺은 고려. 이를 기념하는 축제가 열렸는데 새벽녘 이들은 따로 한잔하며 급기야 ‘우정’을 키워간다. 다음은 이들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

▽애술〓자네나 나나 모든 것이 너무 똑같아. 생긴 것도 그렇고 싸움도 그렇고…. 아마 무식한 것도 똑같을 게야.

▽술희〓 내가 보기에 애술이 자네가 무식하지는 않아. 자네는 북방지강(北方之强)은 아니야.

▽애술〓‘북방지강’이 무슨 말인가?

▽술희〓중용에 나오는 말인데 무식하고 용맹 밖에는 모르는 자들을 일컫는 것이지.

이에 애술은 “자네 글도 할 줄 아는가? 큰 일 났구만. 박술희라는 못난이가 더 좋아 보이니 말일세”하며 박술희를 이리저리 뜯어본다.

이들은 ‘태조 왕건’의 시청률이 급격한 하락 조짐을 보인 시점에 급조된 ‘커플’. 두 명 모두 역사서에 존재가 남아있긴 하지만, 어디에도 사사로운 우정을 키웠다는 대목은 없다. 안영동 ‘태조 왕건’ 책임PD는 “두 맹장의 코믹한 우정이 드라마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들의 우정도 계속 가지는 못한다. 다음주 방송에서 백제의 볼모를 박술희 등의 주전파가 독살하자, 애술은 견훤에게 “당장 고려를 요절내야 한다”며 펄펄 뛴다.

극중에서는 친구지만 실제로는 애술 역의 이계인(49)이 한참 선배. 김학철(41)은 1978년 극단 현대극장에 입단해 주로 연극을 했고, 이계인은 72년 MBC 공채 탤런트로 출발해 ‘수사반장’ 등에 출연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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