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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5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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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의 인기 척도를 ‘세치 혀’로 바꿔놓았던 KBS2 ‘서세원쇼’(화 밤11·00)의 ‘토크박스’ 코너가 17일 방송 3년 만에 막을 내린다.
‘토크박스’는 10명 안팎의 출연자들이 나와 그 날의 주제에 맞춰 자신이 겪거나 보고들은 에피소드들을 풀어놓게 한 뒤 가장 웃겼던 출연자를 토크 왕으로 뽑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방송 초반에는 개그맨 유재석 등 가공할 ‘입심’의 무명 신인들이 대거 등장해 1999년 후반 ‘서세원쇼’의 시청률은 최고 30%대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가수들의 성대모사, 각종 콩트 등을 버무린 ‘개인기’가 더해져 한동안 지상파 토크프로그램의 제작 방식을 이끌어 가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동안 방송가에서는 “‘토크박스’ 나가서 썰렁하면 인기 끝”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실제 출연자들은 녹화 전 분장실이나 화장실 등에서 유머집을 들여다보거나 아는 사람들에게 급히 전화해 최근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를 물어보는 장면이 자주 목격됐다.
10일 방송분에서도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어낸’ 과정이 소개될 예정이다. 대부분 출연자들은 △남의 이야기를 자기 이야기로 만들고 △여러 이야기를 혼합해 한 이야기로 꾸미거나 △주변 반응을 살펴가며 즉석에서 이야기를 지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토크박스’는 지난해부터 SBS ‘두 남자쇼’ 등 엇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이어진데다, 이전에 소개됐던 에피소드가 반복되는 등 식상하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1년 전부터 폐지가 검토됐다. 시청률도 10%대로 급감했다.
연출자 이용우PD는 “3년 이상을 끌어오면서 새로운 코드에 맞는 코너가 필요해 폐지를 결정했다”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실루엣 토크’를 주력 코너로 밀고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