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베타테스트' 인기 하늘 찌른다

  • 입력 2001년 5월 13일 19시 13분


◇"레벨 쌓기 등 선점효과 크다" 청소년들 시험 참가 신청 봇물

◇개발사, 버그 발견-홍보등 이점

“벌써 속내를 알기 힘든 초등학생 아들과 공유할 문화를 찾고 싶어 신청합니다.”(34세 주부)

“초등학교 6학년 때 이 게임을 접하고 푹 빠져버린 자칭 매니아입니다. 속편이 나온다고 하니 꼭 해보고 싶어요.”(17세 고등학생)

이 달 말 출시 예정인 전략시뮬레이션게임 ‘쥬라기 원시전 2’의 개발회사가 지난달 베타테스터를 모집하자 ‘자신을 뽑아달라’며 일반인들이 보내온 사연들이다.

200명을 뽑은 ‘쥬라기 원시전2’의 베타테스트를 신청한 사람들은 8000명으로 40대 1의 경쟁률. 이같이 게임 발매 전 실시하는 베타테스트가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다.

베타테스트는 게임이 정식 발매되거나 서비스되기 전 게임의 버그(오류)를 바로 잡거나 난이도를 조정하기 위해 일반인으로 하여금 게임을 시험해보도록 하는 것.

베타테스트가 인기를 끄는 것은 게임을 먼저 경험해보는데 따른 선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 게임의 베타테스트는 청소년들 사이에 경쟁이 붙을 정도. 최근 베타테스트를 했거나 하고 있는 ‘포가튼사가2 온라인’ ‘레인가드’ ‘라그나로크’ ‘포레스티아’ ‘아이파이터’ 등도 모집 하루만에 수 천 명의 사람들이 몰렸다. 이들 중 80% 이상이 10대.

10대의 한 게이머는 “온라인 게임의 경우 베타테스트를 할 때 쌓은 레벨(경험치)이 정식 서비스 이후에도 계속 인정되기 때문에 게임을 먼저 시작한 사람이 유리하다”며 “자신이 레벨이 높으면 아이템을 나눠주거나 남을 도와줄 수 있는 등 게임 세계에서 인기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베타테스트는 게임 개발사에게도 버그 발견이나 난이도 조정 뿐 아니라 홍보의 수단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 높은 ‘디아블로 2’의 개발사인 미국 ‘블리자드’사는 최근 확장팩 ‘파괴의 군주’를 내놓으면서 총 3500개의 베타 테스트용 CD를 북미 지역 외에 한국에만 1500개를 배정했다. 이는 전 세계 판매량의 40%를 차지하는 한국의 게임 팬들을 의식한 것. 국내 판매사인 한빛소프트는 ‘파괴의 군주’를 일반인이 아닌 PC방에만 배포했는데 6000개의 PC방이 신청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일부 게임사들은 좋은 의견을 내놓거나 버그를 발견한 베타 테스터에게 주는 경품을 내걸기도 한다.

‘포가튼사가2 온라인’의 개발사인 위자드소프트 양순영부장은 “‘그 게임 재밌더라’는 입소문이 게임의 성패에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개발사들로서는 베타테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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