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게임하면 머리 좋아진다"

  • 입력 2001년 4월 1일 18시 52분


컴퓨터는 부모들에겐 애물단지에 가깝다. 학습에 필요하다고 해 사주기는 했는데 혹시 공부는 안하고 엉뚱하게 게임만 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게임을 하면 아이들 정서를 해치고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데…. 더구나 최근 게임에 중독된 한 중학생이 동생을 무참하게 살해했다고 하는데…. 이쯤 되면 부모들의 결론은 이렇게 모아질 것이다. ‘컴퓨터는 하게 하되 게임만은 못하게 철저히 막자.’

그러나 최근 출간된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컴퓨터 게임들’(북라인·9800원)은 오히려 좋은 컴퓨터 게임이 학습 그 자체이며 학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배움을 제공한다는 새로운 주장을 편다.

저자 볼프강 베르크만은 독일의 아동심리학자로 하노버의 병원에서 오랫동안 학습 및 행동장애 어린이를 치료한 임상 경험을 토대로 컴퓨터 게임의 가치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파자마 샘’은 어둠을 무서워 하는 어린이(파자마 샘)가 새빨간 망토를 두른 슈퍼맨(파자마 맨)으로 변신해 어둠을 잡으러가는 모험물이다. 이 게임은 복잡한 수수께끼와 다양한 사건을 겹쳐 놓아 아이들에게 최대한 머리를 쓰도록 한다.

아이는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한없이 자유로운 마음으로 게임에 빠져든다. 저자는 지능 발전의 4단계를 제시하며 각각의 단계에서 얼마나 게임이 유용한지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한다.

또 학습과 행동 장애를 보이는 아이에게도 게임은 좋은 치료효과를 보인다. 학습장애가 있는 여덟살짜리 시몬은 ‘프레디 피시’라는 게임을 해본다. 노랑 물고기 프레디와 친구 루카스가 바다밑을 탐험하는 이 게임을 하면서 시몬은 자신의 모든 지능과 정신력으로 게임의 과제를 풀어나간다.

시몬은 그동안 멀리했던 글쓰기나 셈하기를 시도해 성취감을 맛보면서 일상 생활에서도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것.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져 3분 이상 한 가지 일에 몰두하지 못했던 마크도 ‘그림 판당고’라는 게임을 하면서 2시간이나 꼼짝않고 의자에 앉아있게 됐다.

저자는 “컴퓨터 게임을 하면 아이들이 조급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일반의 불안과 편견은 맞지 않으며 단지 어떤 게임을 하는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정보<동아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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